이번 경력직 채용에 응시했던 이직 구직자들은 "명색이 대기업인 곳에서 수많은 이직 희망자들을 우롱한 처사"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30일 화승그룹 및 응시자들에 따르면 그룹 주력으로 신발기업인 ㈜화승은 지난 5월 중순께 자사 대표 신발 브랜드인 르까프, 케이스위스(K-SWISS), 머렐(MERRELL) 등 신발 부문 개발을 전담할 경력직 채용공고를 냈다. 실장급인 신발 디자이너와 개발부문을 비롯해 디벨로퍼, 패턴 엔지니어, 튤링 엔지니어, 품질관리 부문 등의 경력직으로 화승 창사 이래 신발부문 최대 채용 규모였다. 화승의 이번 대규모 경력직 채용계획은 최근 워킹화 붐을 타고 다양한 디자인의 신발 제작 능력이 요구되면서 경쟁업체들에 비해 열악했던 화승이 개발 인력을 보강, 제2의 도약에 나서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화승은 지난해까지 개발 부분을 외주 용역에 의존하는 등 자체 개발을 등한시 해온 것으로 업계는 평가 하고 있다.
화승은 그러나 이처럼 거창한 계획하에 경력직 채용을 실시해놓고도 지원자를 대상으로 최종 면접까지 마친 뒤 두 달여가 넘도록 채용을 확정하지 않다가 최근에는 아무런 해명도 내놓지 않은 채 사실상 채용을 취소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이번 경력직 응시자들의 반발이 고조되고 있다. 화승그룹 신발 엔지니어 서류전형에 이어 2차 면접을 마친 신발 디자이너 A 모(39) 씨는 "합격자 발표를 차일피일 미루던 회사 측에 거듭 문의하자 내부사정으로 채용이 무기한 연기됐다는 말만 들었다"며 "이번 이직에 많은 준비와 기대를 했었는데 실망만 하게 됐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신발 금형 개발부문에 응시했던 B 모(37) 씨는 "보통 신발업계 경력직 채용은 업계에서 다들 아는 사람들이라 면접 후 일주일 안에 합격자를 발표하는 것이 관례"라면서 "이번 채용계획 취소로 상당수 경력자들이 원 직장에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 화승의 채용 취소로 적잖은 이직 희망자들이 피해를 입고 있지만 응시자들은 하소연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C사 소속으로 이번 경력직 채용에 응시한 일부 직원들의 경우 화승의 모집공고가 진행되는 기간 사측이 응시 사실을 알아내고 재고할 것을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C사 직원들은 "회사 임원들이 화승으로 이직한 전직 직원들을 통해 지원자를 파악했다고 들었다"며 "입사가 최종 결정될 때까지 비밀로 지켜져야 할 사실을 회사에서 미리 알아내 곤란한 입장이다"고 토로했다.
현정길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경력직 채용은 중대한 계획인데 체계적 고려 없이 공고를 내고 멋대로 취소하는 것은 기업 스스로가 신뢰를 깎아 내리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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