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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11월 25일] 힘의 이동, 역사가 주는 교훈

‘빼빼로 데이’로 익숙한 11월11일은 세계적으로 보면 지난 1918년 제1차 세계대전이 독일의 항복으로 막을 내린 날이기도 하다. 제1차 세계대전은 세계화를 주도하던 유럽 국가들의 위상에 큰 변화를 가져온 사건이자 국제 금융산업의 중심이 영국에서 미국으로 옮겨가게 된 중요한 전환점으로 알려져 있다. 산업혁명을 통한 생산력의 우위와 축적된 자본을 바탕으로 20세기 초까지 세계의 은행 역할을 해온 영국은 전쟁 당시 독일과 동맹국들을 군사ㆍ정치적으로 억제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성인 남성의 7%에 해당하는 경제인구의 상실과 국채 증가에 따른 막대한 재정 부담은 금융시장에서의 주도적 지위를 상실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반면 기계와 식량 수출을 통해 경제력을 축적할 수 있었던 미국은 세계경제를 주도하는 강대국으로 부상했다. 이후 미국은 1929년 대공황을 비롯한 경제적 부침에도 불구하고 산업 경쟁력과 압도적인 기축통화의 지위를 근간으로 세계 금융시장의 중심을 지켜왔다. 그러나 최근 미국 중심의 금융시장 균형이 균열조짐을 보인다. 쌍둥이 적자 누증과 달러 리사이클링 구조에 기반한 레버리지(부채비율 확대) 경제의 위기는 미국 경제와 금융시스템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유로화의 부상과 자원민족주의 부활도 세계경제 질서의 재편을 점치게 하는 대목이다. 얼마 전 워싱턴에서 열린 선진ㆍ신흥20개국(G20) 정상회의는 금융시장의 패권 이동이 본격화될 것을 예고하는 역사적인 회의였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런 논의의 중심에 풍부한 노동력과 튼튼한 제조업 기반을 배경으로 세계경제의 새로운 축으로 부각되고 있는 아시아 경제권의 비전과 기회가 자리잡고 있다. 우리가 경제위기로 혼란에 빠져 있는 동안 일본은 세계화 경험을 토대로 글로벌 금융회사의 시스템과 영업망ㆍ전문인력을 이식해가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아시아 금융시장의 패권을 차지하고 세계경제가 정상 궤도로 돌아올 때 주도권을 잡기 위한 포석을 두는 모습이다. 세계의 공장 중국 역시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ㆍASEAN)과의 경제통합과 위안화 국제화 추진 등 산업과 금융 중심으로의 기반을 넓혀가고 있다. 일단 눈앞에 닥친 경제위기를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생산성 향상으로 극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하지만 선진국과 신흥성장국 틈새에서 새로운 도약의 활로를 모색해야 할 우리에게는 세계경제의 큰 흐름을 내다보고 다가올 시대를 준비하는 넓은 시야도 필요하다. 아시아가 세계경제의 한 축으로 당당히 자리잡는 순간 산업과 금융의 새로운 리더로 부상하게 될 대한민국의 내일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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