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인권운동의 큰 별 지다

“나는 ‘장애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장애를 통하여’ 승리했다. 해보기 전엔 결코 포기하지 말라.”

시각 장애를 딛고 한국계 미국인 중 최초로 미 백악관 차관보까지 지낸 강영우(사진) 박사가 향년 68세를 일기로 23일(현지시간) 타계했다.

강 박사의 가족은 이날 “장애인 인권 운동의 선구자인 강 박사가 오늘 투병 중이던 암으로 소천했다”고 밝혔다. 강 박사는 지난 2001년 조지 부시 행정부 때 백악관 장애인 위원회 정책차관보로 임명돼 6년 동안 일하면서 장애인의 사회 권리를 증진하는데 기여했다.

1944년 경기도 양평에서 태어난 강 박사는 13세때 아버지를 여의고 이듬해 축구공에 눈을 맞아 망막박리로 시력을 잃은데다 같은 해 어머니까지 세상을 떠나 불우한 청소년기를 겪었다.

이후 서울맹학교를 거쳐 연세대를 졸업한 강 박사는 장애인으로는 최초로 해외 유학길에 올라 미국 피츠버그대에서 박사 학위를 땄다. 이후 일리노이대 교수와 일리노이주 특수교육국장 등을 역임하다 지난 2001년 조지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장애인위원회 정책차관보로 발탁됐다. 당시로서는 미국 이민 역사상 한인 최고위 공직이었다. 그의 자서전 ‘빛은 내 가슴에’는 7개 국어로 번역 출간됐고, 국회 도서관에 음성도서(talking book)로 소장되어 있을 뿐 아니라 드라마와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강 박사는 지난해 10월 췌장암 말기 진단을 받은 후 투병해 왔으며 임종을 앞두고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가족들의 사랑에 감사하며 마지막 순간까지 행복하게 떠난다”고 밝혀 감동을 전했다. 그는 “"해보기 전에는 결코 포기하지 말라는 나의 말을 가슴 속깊이 새긴 채로 자라준 너희들이 고맙고, 너희들의 아버지로 반평생을 살아왔다는 게 나에게는 축복이었다”며 “특히 지난해 연말 손자들까지 모든 가족이 함께 했던 크리스마스가 너무나 소중한 선물이었다”며 아들들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석은옥 여사와 아들 진석(39) 안과전문의, 진영(35) 백악관 선임법률고문이 있다. 장남 진석 씨는 지난해 워싱턴포스트가 뽑은 ‘슈퍼 닥터’로 선정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저서로 7개 국어로 번역 출간된 ‘빛은 내 가슴에’ 등이 있으며 장례식은 워싱턴 D.C 인근 버지니아주의 한인 중앙장로교회에서 3월4일 추도 예배로 치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