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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8월 4일] 대학 정원감축, 속도를 내라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2008년도 세계 경쟁력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 교육의 질적 수준은 평가 대상국 55개국 중 53위를 차지한 반면, 고등교육 이수율은 4위로 최상위 수준으로 조사됐다. 한 마디로 엉터리 대학에 묻지마 대학 진학이다. 이런 현실을 지레짐작했는지 최근 교육과학기술부는 대학교육 향상을 위해 대학별로 성과지표를 기준으로 올해 총 500억원을 차등 지급하고, 해외학자 초빙 등에 앞으로 5년간 총 8,25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우리나라 대학의 후진성과 취약한 재정 여건을 생각하면 가뭄에 단비 격으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학의 전반적 수준 향상을 위한 적절한 조치인지는 찬찬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번 대학지원 계획은 객관적 지표를 기준으로 공정하게 지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기실 세칭 일류 대학에 집중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뜻이다. 물론 세계적 대학 육성이라는 정책목표를 감안하면 기왕에 번듯한 기틀을 갖춘 소수 대학들을 집중 지원하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사실을 애써 부정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우리가 당면한 대학의 문제점은 세계적 수준의 대학이 없다는 사실만이 아니라 평균적 수준도 매우 뒤처져 있다는 점이다. 세계적 대학 육성은 몇몇 대학에 화끈한 재정적 지원을 통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 대학의 평균적 수준을 높이는 일은 그리 간단해 보이지 않는다. 대학 수준의 전반적 향상은 우수 교수 확보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2006년 현재 우리나라 각종 대학의 재적학생수가 약 320만명에 이르는 반면, 교수 수는 6만7,000명 정도이니 교수 1인당 학생수는 약 48명이 된다. 4년제 대학만 따져보아도 37명 정도다. 이는 OECD국가 평균치인 15명의 두 배 내지 세 배가 넘는 수치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런 사정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는가에 있다. OECD국가들의 평균치라도 따라가기 위해서 필요한 대학 교수는 약 15만명을 웃돈다. 이는 교수들의 평균 재직기간을 줄잡아 30년으로 가정해도 매년 5,000명의 신규 교수를 채용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OECD 따라잡기는 교수학생 비율 맞추기로 끝나지 않는다. 우리가 과연 5,000명에 이르는 우수한 신규 교수를 매년 공급할 수 있는가를 솔직하게 평가해야 한다. 매년 쏟아지는 신규 박사학위자들 중 대학에서 후학들을 가르치기에 손색없을 정도로 경쟁력을 갖춘 교수 후보자의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냉정하게 가늠해야 한다. 또 우리 모두 정직해져야 한다. 학부 과정 운영만으로 허덕이면서도 버젓이 석ㆍ박사 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대학이 얼마나 많은지 대학인이라면 대개 아는 사실이다. 전국에 있는 175개 4년제 대학 중 149개 대학이 일반 대학원을 운영하고 있고 그 중 40개 이상은 1995년 이후 설립된 신생 대학원이라는 사실과 우리나라 박사과정의 수준 사이에 상관관계는 없을까. 우수 교수를 해외에서 조달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대부분의 교수는 우리말을 구사하는 학자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일부 대학에서 영어 강의가 실험되고 있지만 그 범위가 매우 제한적일 뿐 아니라 교육 효과도 의심스럽다. 결론은 매우 간단하다. 대학 정원을 대폭 줄이는 것 외에는 우리 대학의 전반적 수준 향상을 위한 어떤 대안도 없어 보인다. 지금까지 대학 정책이 대학 진학 수요에 대학 정원을 맞추는 공급정책이었다면 앞으로는 질 좋은 대학의 정원에 수요를 맞추는 수요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현재와 같이 대학 정원의 자연 감소를 기다리기에는 상황이 여의치 않다. 재정 지원을 집중해서라도 좀 더 속도를 내야 한다. 대졸 청년 실업자를 양산하는 무분별한 대학 정원 관리는 정부의 직무유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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