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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이 정책연대 파기와 총파업 결의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제 '시기' 문제만 남아 있다. 현재 복수노조ㆍ전임자와 관련해 노정 간 갈등상태가 계속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노총 지도부가 실제 행동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문제는 정책연대 파기와 총파업의 실효성이다. 지도부가 아무리 절박하게 요구한다고 해도 현장이 제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면 '허공 속의 외침'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노총, 정부와 갈등 심화=이날 임시대의원대회는 한국노총 대의원들의 정부 여당에 대한 성토의 장이었다. 지난 2007년 정책연대를 통해 현 정권이 출범하는 데 일조했음에도 불구하고 2년 만에 복수노조 허용과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관련해 한노총이 정부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는 데 대한 불만이었다. 특히 당시 한노총이 한나라당 및 이명박 후보와 정책협약을 맺을 때 10대 정책 요구 가운데 전임자 임금 문제 해결이 첫번째였던 만큼 배신감이 크다는 생각이다. 이날 두 안건은 모두 참석 대의원들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됐다. 따라서 이번 정책연대 파기와 총파업 결의는 대정부 전면 투쟁에 대한 한노총의 강한 의지를 대외적으로 알리고 조직 내부의 단결도 도모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할 수 있다. 장석춘 위원장은 지난 8일 노사정 위원회 불참 결정에 이어 이날에는 중앙과 각 지방노동위원회를 포함해 한노총이 참여하는 70여개 정부위원회의 참여도 중단한다고 밝혔다. ◇한노총 왜 강수 두나=한노총이 정책연대 파기와 총파업 결의라는 카드를 꺼내 들고 배수의 진을 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정부의 태도다. 정부는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조항을 내년부터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한노총으로서는 선택의 폭이 넓지 않다는 분석이다. 장 위원장은 이날 대의원대회에서도 "투쟁 지향적이 아닌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고 함께할 수 있는 노동운동을 하기 위해 노력해왔으나 정부가 오히려 이런 우리들을 투쟁의 장으로 내몰고 있다"며 사태가 여기까지 오게 된 책임을 정부에 돌렸다. 전임자 임금지급이 전면 금지될 경우 조직 구성상 큰 위기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한노총이 강경 투쟁을 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한노총은 전체 가입 사업장 노조 가운데 300인 미만 사업장이 88%로 대다수를 차지하고 전임자가 없거나 1인인 사업장은 전체 사업장 중 77%를 차지한다. 따라서 법이 예정대로 시행되면 한노총은 조직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전임자 문제가 한노총의 '아킬레스 건'인 셈이다. 장 위원장이 평소 "몸을 던져서라도 막아내야 한다" "조직의 사활이 걸린 문제다"라고 입버릇처럼 주장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총파업 가능한가=이날 한국노총은 정책연대 파기와 총파업을 결의한 만큼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 위한 준비 절차는 마친 셈이다. 이제 남은 것은 지도부가 위임 받은 이 두 안건을 언제 어느 상황에서 실행할 것인가이다. 현재 교착 상태인 노정관계를 고려하면 행동의 시점이 당겨질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현장 분위기다. 복수노조ㆍ전임자 문제가 노동조합의 미래를 결정할 만큼 중요한 이슈이기는 하나 현장의 조합원들이 현 지도부가 고민하는 것만큼 피부로 느끼고 있는지는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이날 대의원대회에서 정책연대 파기의 구체적 시기와 방법을 정하자는 대의원의 요구에 대해 장 위원장이 명확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도 이 같은 현실적 고민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오는 11월7일로 예정된 전국노동자대회에 현장 조합원들이 얼마만큼 참석하는지 여부가 대정부 투쟁이 성공하기 위한 첫 시험무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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