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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반대한다] 대량화물 화주의 해운업 진입제한 완화

해운사 국제경쟁력 약화 초래<br>김두진(부경대 교수·법학)

대량화물 화주의 해운업 진입제한제도(이하 '현 제도')를 폐지, 이들이 제한 없이 해운업에 진출해 대량화물을 운송할 수 있게 하면 해운시장의 경쟁이 촉진되고 운송비도 절감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반드시 재고돼야 한다. 첫째, 대량화물이 운송되는 외항해운시장은 완전경쟁시장에 가까운 구조를 띠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전세계적으로 부정기선 운송운임율이 수급에 따라 결정된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대량화물 화주들이 실시하는 국제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국내외 유효선사는 통상 160여곳에 이른다. 해운산업에 있어서 배분적 효율성과 기술적 효율성은 기존 전문 해운사들이 비교적 높게 달성하고 있다. 대량 화주들은 운송계약 교섭 때 상당한 힘을 행사하므로 대량 화주가 해운업에 진입하더라도 운임을 줄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 오히려 대량 화주에 선박 구매 등 대규모 투자비용 발생, 경험과 안전관리능력의 부족 등으로 비용상승 여지도 있고 화주의 주력업종 경기변화에 따른 위험 외에 해운업 경기변화에 따른 위험까지 부담해야 하는 경영위험 확대 효과도 우려된다. 둘째, 현 제도는 '전문해운업의 건전한 육성'을 위해 도입됐다. 대량화물은 국내 해상물동량에서 높은 비중(국내수입화물의 67%)을 차지하며 경기변동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기 때문에 안정적 해운수요를 제공, 해운사의 생존ㆍ발전에 주요 동력이 돼왔다. 대량화물의 안정적 수주를 기반으로 우리 해운업은 한진해운ㆍ현대상선ㆍSTX팬오션ㆍSK해운ㆍ대한해운 등을 포함하는 전문 해운사들이 육성돼 선진국 해운사들과 활발하게 경쟁하고 있고 3국 간 화물운송시장에 진입, 외화획득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해운업계는 지난해 3국 간운송으로 367억달러를 벌어들였다. 정보통신ㆍ조선ㆍ철강ㆍ석유제품에 이어 외화가득순위 5위에 해당한다. 따라서 현 제도가 폐지되면 화주는 자사의 대량화물 전부 또는 상당 부분 운송을 계열 해운사에 맡길 가능성이 높다. 이는 기존 해운사들의 규모 축소, 과잉선복 발생, 고정비용 증가, 장기적 선복확보 감소로 이어져 외국 해운사들과의 경쟁에서 불리해지고 장기적으로 대량화물 운송은 물론 3국 간 운송시장에서 경쟁력 하락, 해운을 이용하는 나머지 대ㆍ중ㆍ소 화주들의 운송료 동반 인상, 국가경쟁력 저하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특히 철강ㆍ전력 생산 등에 필요한 대량화물의 안정적 공급이 국가안보 차원에서 갖는 의미 역시 간과할 수 없다. 셋째, 대량화물 화주의 해운업 진입은 경쟁제한적 효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대량 화주의 해운업 진입은 수직적 확장이며 경제력 집중도를 높이고 개별시장에서의 경쟁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더욱이 일단 대량 화주가 진입한 뒤에는 기존 해운사의 시장봉쇄, 중소 해운사의 존립기반 저해 등 경쟁상 폐해가 나타날 수 있고 이를 공정거래법상 사후규제를 통해 실효성 있게 시정하기는 쉽지 않다. 또한 현 제도는 과거 액화가스 운송의 경우 대량 화주 진입이 허용된 사례(㈜KOLT)가 있듯이 무조건적 금지가 아니며 특허제ㆍ허가제보다 강도가 약한 규제다. 무엇보다 대량 화주만이 적용대상이고 그 외에는 누구든 대량화물해운업 진입을 제한하지 않으므로 대량화물 운송시장의 경쟁을 원천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아니다. 결론적으로 전문해운업 육성ㆍ발전 촉진을 위해 도입된 현 제도의 정책적 타당성을 인정할 수 있으며 현재와 같은 수준의 진입규제는 해운정책적 측면뿐 아니라 경쟁정책적 관점에서도 당분간 존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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