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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완상 서울대 명예교수 삼육대서 '원로에게 길을 묻다' 강연

"탐욕 버리고 먼저 손 내미는 發善 리더십 필요"

한완상 서울대 명예교수

"탐욕을 버리고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이 곧 '발선(發善)'의 리더십입니다. 우리 사회는 이 같은 감동을 주는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한완상(79·사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최근 서울 삼육대에서 열린 인문학 강좌 '원로에게 길을 묻다' 에서 '자신의 적일지라도 내면의 선(善)을 이끌어낸다'는 뜻으로 한 교수가 만든 '발선'의 의미를 이같이 설명했다. 지난 1980년대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에 연루돼 서울대 교수직에서 해직됐다 복직하고 1990~2000년대 부총리 겸 통일원·교육부 장관을 지낸 대표적 사회학자, 원로인 한 교수의 눈에 비친 한국 사회는 공공적 가치와 리더십을 상실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는 "공익 헌신의 사명을 잃은 공무원과 공정거래를 무시하는 시장 참여자가 결탁할 때 시민은 죽음과 고통으로 내몰린다"며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세월호 참사"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공익적 가치의 상실이 부끄러움(恥)을 모르는 데서 비롯된다며 "상대방이 옳고 그름을 스스로 깨닫고 부끄러움을 알게 하는 선제적 선(善)이 곧 진정한 리더십"이라고 강조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세계적인 부자이면서도 부자 정치인들을 꾸짖는 글로벌 리더십을 보여줬다. 2011년 버핏은 뉴욕타임스에 '슈퍼리치에게 알랑거림을 멈추라'는 제목으로 부자 감세를 반대하는 글을 기고했다. 이에 미 공화당에서 부자 의원으로 손꼽히는 한 중진 상원의원이 '버핏이 죄의식을 느낀다면 백지수표를 정부로 보내라'며 비꼬자 버핏은 공화당 의원들이 기부한다면 기꺼이 그 총액만큼 자신이 기부금을 내겠다며 정치권을 침묵하게 만든 바 있다.

한 교수는 정치인 중 귀감이 되는 인물로 남아프리카공화국 인종차별 저항과 인권의 상징인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을 꼽았다. 만델라는 1994년 대통령이 된 후 국민의 지지와 강력한 연임 권유를 뿌리치고 5년 단임으로 물러났다. 절대권력을 가지면 27년간 억울하게 수감된 자신과 같은 희생자가 다시 나온다는 것이 이유였다. 한 교수는 "참다운 권력은 권력을 아끼는 데서 나온다"며 "자신부터 탐욕을 버리는 리더십에서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 교수가 김영삼 정부 시절 만델라 대통령 취임식에 한국 특사로 참석해 만난 당시 프레데리크 빌렘 데클레르크 남아공 부통령도 리더십의 본보기를 보인 인물이다. 1990년 남아공 백인 대통령이었던 그는 만델라를 석방하고 남아공의 인종차별 정책을 폐기해 만델라 집권의 길을 열어줬으며 스스로 만델라 정권의 부통령직을 맡았다. 두 사람은 1993년 나란히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한 교수는 "데클레르크 부통령은 백인 통치 체제를 스스로 허물고 새로운 민주 체제에서 정치 권력을 되찾은 보기 드문 정치인"이라며 "정적까지 품는 리더십이 남아공을 세계가 주목하는 나라로 이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남아공의 평화와 화해처럼 남북 관계의 반목과 적대의 악순환을 우호적 공생 관계로 전환시키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의 상호 견제로 동북아 정세가 급변하는 가운데 이제 고래들 사이의 '새우'가 아닌 '돌고래' 정도가 된 한국이 당당히 자신의 길을 선택하는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며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먼저 포용하는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박현욱기자 hwpark@sed.co.kr

사진=삼육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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