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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기자의 1일1식(識)] <215> 로봇 사회의 빛과 그늘





많은 사람들이 주지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 로봇은 우리 일상에 매우 가깝게 다가왔다. 로봇이 가장 많이 활용되는 공간은 공장이다. 예전 같으면 사람이 담당해야 하는 위험하고 복잡한 공정에 로봇을 도입하게 되면 품질, 효율, 안전성 측면에서 모두 이득이 있다. 중국계 거대 기업 폭스콘(Foxconn)은 150만 노동자들을 고용하면서 생긴 숱한 사고, 직무 스트레스로 인한 직원의 자살, 의료 문제 등을 극복하기 위해 꾸이저우(貴州)시 꾸이양(貴陽)에 위치한 공장에 로봇 프로세스를 도입했다. 훌륭한 개발자와 함께 로봇이 협업하는 모델을 만든 폭스콘은 빅데이터와 로봇 분야를 대거 성장시켜 조만간 모든 산업과 시장에서 참고할 만한 선진 사례를 만들 계획이다. 회장 궈타이밍은 폭스콘을 애플, 샤오미, 홍미 등을 상대하는 주문 생산 업체 수준에서 또 다른 창조자(creator)로 도약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게다가 인터넷과 빅 데이터, 그리고 로봇을 바탕으로 한 중국의 ‘인터넷 플러스’ 정책에 의해 폭스콘의 정책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고민해 볼만한 부분이 있다. 로봇 프로세스 도입으로 인해 절감될 인건비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 것인가의 문제다. 과거 19세기 말 영국에 방적기가 도입되자 도시의 수많은 숙련공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이른바 ‘러다이트’ 운동이다. 이 노동자들은 대부분 직물 생산과 관련된 여러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었고, 그들끼리 형성된 탄탄한 연대와 네트워크가 공장의 경쟁력을 결정했었다. 그러나 방적기가 공장 곳곳에 보급되면서 숙련 직조공이 필요 없어졌다. 자연스레 대규모 실업이 야기됐고, 결과적으로 노동자들의 기계 파괴 문제가 촉발됐다. 이를 가리켜 경제학자들은 ‘숙련 편향적 기술 진보’(skill biased technological progress)라고 이야기한다. 물론 반대 의견도 있다. 몇몇 경제학자들은 기술 개발로 인해 오히려 기계들의 복잡성이 심화되고, 그것으로 인한 상호의존성을 잘 관리해 줄 만한 전문가가 더욱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베센(Bessen)이라는 경제학자의 ATM 도입과 은행 직원 수 간의 인과관계를 다룬 연구다. 70년대 중반부터 도입된 은행 ATM은 사실상 창구 금융 서비스를 대체할 만한 시스템이다. 하지만 ATM 기계가 애초에 예견된 것처럼 은행 직원들을 줄이기는커녕 새로운 직무(job)를 만들어 냈다는 게 베센의 논리다. ‘숙련 편향적 기술 진보’가 아니라, ‘숙련 대체형 기술 진보’라는 주장이다. 베센의 관점으로 바라보면 기술로 인해 대량실업이 발생한다는 말은 옳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내고, 더 많은 기회를 조성할 가능성이 커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기술로 인해 직무를 빼앗긴 사람들이 어딘가로 갈만한 가능성은 그다지 많은 것이 현실이다. 사회 전체의 총량으로 보면 직업의 수가 늘어났다고 하지만, 정작 해고된 노동자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았는가에 대해서는 뚜렷한 답이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빅 데이터와 로봇이 장밋빛 미래를 제공해 줄만 하다는 게 올바른 것일까. 회사가 컴퓨터화(computerization)로 인해 벌어들인 초과 수익을 어떤 방식으로 바라보는 게 옳을까. 그저 효율성을 통해 얻은 이윤이니 기업의 몫으로만 돌리는 것으로 충분한가, 아니면 로봇화로 일자리가 줄었으니 일자리 창출이라는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데 그 일부를 써야 봐야 마땅한가?

마침 우리 사회는 고령화에 대한 대비, 그리고 노동 개혁 등으로 인해 근로자의 임금 조건에 대한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그런데 로봇으로 인한 인력 효율화 조치까지 더해지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지도 모른다. 과학기술로 인해 초래될지 모르는 부정적 시나리오에 대해 충분히 대비하고 있는지 자문해 볼 때다.
/김나영기자 iluvny23@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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