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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가치의 경험을 목표로 하는 예술교육-주성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장·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전 국민 대상의 문화예술교육 정책사업을 주관한다. 2주 전 모 구치소로부터 진흥원에 편지 한 장이 왔다. 우쿨렐레 연주를 가르쳐준 강사 선생님께 전해달라는 재소자의 편지였다. 출소 후에도 우쿨렐레를 배우고 싶은데 악기는 얼마나 하는지, 배울 곳은 어떻게 찾는지 등을 물어보는 내용이었다. 강사는 발신인을 잘 기억하고 있었다. 수업시간이면 늘 열심이었고 수강허가를 받기 위해 수감생활도 달라진 고마운 학생이라 했다. 내 심정이 그래서였을까, 원장에게 편지를 들고온 진흥원의 팀장 눈시울이 살짝 젖어 있는 듯했다.

주말 홍대 앞에서는 군부대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의 결과 발표인 '우리는 樂이다!'가 열렸다. 6개 부대의 14개 팀이 봄부터 준비한 다양한 무대를 경연하는 자리였다. 십여분 남짓 펼치는 아들의 공연을 보러 멀리서 달려와 열렬한 응원을 보내는 부모가 있는가 하면 군에서의 짜릿한 밴드 연주를 못 잊어 제대 후에도 후배들과 연습해온 민간인 선배가 함께 무대에 올랐다.



감동적인 경험은 좋은 기억만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충전지가 되고 때로는 삶의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 구치소 밖의 삶을 꿈꾸면서 우쿨렐레를 먼저 준비하는 수감자나 제대 후에도 부대를 찾아 밴드를 계속하는 전역 청년의 삶은 악기를 배우기 전과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몰입하는 예술활동을 체험한 이는 자신이 만들어내는 놀라운 세상을 발견하면서 자존감을 키우고 신나는 협업의 즐거움, 사람들과의 새로운 소통법을 터득한다. 그리고 활동에 수반되는 기술에 대한 욕구가 점점 높아지면서 전문가처럼 예술활동의 관찰을 즐기게 되고 이러한 과정으로부터 어느새 예술을 통해 행복감을 찾는 예술애호가, 소위 예술소비자의 세계로 들어선다. 행복한 예술소비자들이 많은 사회는 협력적이고 활기찬 세상을 만드는 잠재력이 강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예술경험의 과정과 기회는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일 것이다. 하지만 예술의 주된 문법과 향유문화가 서구로부터 소개된 지 백년 남짓 짧은 역사를 가진 우리 사회에서 예술은 아직도 다수 사람들에게 '맘먹고' 시작해야 하는 어색한 활동이자 외워서 아는 척, 따라서 흉내 한번 내보는 이벤트쯤으로 여겨질 때가 많다. 예술의 가치를 제대로 경험하는 교육이 부러 기획되고 정책적으로 지원돼야 하는 이유가 그래서 우리에게 존재한다. 예술의 생산교육 못지않게 소비교육도 정교하게 설계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시간을 때우는 체험이 아니라 몰입과 희열의 경험을 목표로 삼는 소비교육, 양보다 질적인 설계가 충실한 감동의 교육이 절실하다는 생각이 요사이 머릿속을 맴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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