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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반세기 묶어놓은 그린벨트 또 베드타운인가

뉴스테이, MB 보금자리 닮은 꼴… 그린벨트 해제·개발 명분 약해

창조적 활용방안 제시 못할바엔 미래의 가용자원으로 남겨두길


과천에 20년 넘게 살고 있는 지인은 렛츠고파크(경마장) 인근 그린벨트에 기업형 임대주택 뉴스테이를 짓는다는 소식에 마음이 편하지 못하다. 도시의 허파인 그린벨트를 한 뼘도 갉아먹어서는 안 된다는 극렬 환경보호론자여서가 아니다. 도심을 제외한 대부분이 그린벨트인 녹색도시 과천의 쾌적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걱정에서만도 아니다. 그는 5층짜리 주공아파트에 살면서도 재건축에 반대하는 별종인데 그 이유가 "그냥 이대로 살고 싶다"는 것이다.

과천은 지난 1970년대 말~1980년대 초 정부청사가 들어서면서 탄생한 위성도시로 서울 외곽에서도 수십 년간 개발 바람을 덜 탔다. 그래서인지 이웃끼리 공감하는 커뮤니티가 잘 형성된 곳이기도 하다. 지난주 말 종영한 '응답하라 1988' 쌍문동의 모델쯤 된다고 한다. 개발 바람이 부는 와중에서도 과천청사시대 후 전입한 토박이들이 재건축에 반대하는 기류가 적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뉴스테이가 추진되면 재건축에 반대할 명분이 없다"고 했다.

정부가 신년 업무보고에서 과천 주암 등 6곳의 그린벨트를 풀어 뉴스테이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이 중 가장 규모가 큰 과천 주암동 일원은 사실상 서울 강남권이어서 주거단지로 최적일 것이라는 생각도 잠시, 왜 하필 아파트인가 하는 의문이 머릿속을 스쳐 간다. 1971년부터 그린벨트를 쳤으니 6곳의 개발 후보지 1.9㎢(서울 여의도 면적의 60%)는 50여년간 묶어놓은 땅이다. 이곳이 그린벨트 해제를 대선 공약으로 내건 DJ 시절 전국적인 해제 광풍에도 온전히 보전돼왔다면 그만 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여러 활용 용도가 있을 터인데 이명박 정부 때 그린벨트를 보금자리 부지로 활용한 사례를 그대로 따라가니 답답한 느낌도 든다.

돌이켜 보면 수도권 요충지는 이런저런 이유로 개발 보류되면서 훗날 활용 가치를 극대화한 사례가 적지 않다. 판교 신도시는 YS 시절 신도시 불가론에 막혀 개발 시점이 20여년 뒤로 밀린 덕에 최근 빛을 발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 2기 신도시 후보지로 강력히 대두됐지만 신도시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반대로 삽 한 번 뜨지 못한 곳이 판교다. 그때 불도저로 갈아엎었다면 판교가 내로라하는 정보기술(IT) 기업 본사를 축으로 한 창조경제센터 중심지로 부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택지개발지구 후보지로 검토한 김포공항 주변의 마곡지구 역시 마찬가지다. 베드타운으로 일찌감치 개발했다면 LG그룹의 연구개발(R&D) 심장부인 사이언스파크의 탄생은 있을 수 없었다.

그린벨트가 언제까지 죄다 성역으로 남을 수는 없다. 도시와 도시의 연담화를 막는 완충 녹지로의 가치가 높다면 보전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데도 재산권을 제약하고 주민 불편을 초래한다면 풀어줘야 마땅하다. 더 중요한 것은 보존 가치가 낮아 해제한다면 활용 방안을 두고 좀 더 진지한 검토와 대담한 시도가 뒤따라야 한다.



그린벨트의 베드타운 활용은 50여년간 남겨둔 대가 치고는 너무 쉽고 편한 선택이다. 비단 이번만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 때 보금자리로 여의도 면적의 20배에 이르는 그린벨트를 파헤쳤다. 이 중 적절한 가용 부지를 찾기가 어려운 수도권에 83%가 집중됐다.

그린벨트에 국책 임대주택을 지어야 하는 정부의 고육책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철도 부지에 행복주택을 짓느라 헤매다 뉴스테이로 겨우 탈출구를 찾았는데 입주민과 건설사의 구미를 동시에 맞추려 하다 보니 수도권에서는 그린벨트만 한 부지가 없었던 게다. 그린벨트 임대주택은 공공성과 특혜 시비 프레임에 휘말리지 않는 차선의 선택이지 최적의 방안은 아니다.

정부는 지난해 30만㎡ 이하의 그린벨트 해제권을 지방자치단체에 이관했다. 중소규모 해제 권한을 지방에 넘겼다면 중앙 정부는 창의적이고 담대한 계획을 담아야 한다. 반세기 동안 묶인 땅에 고작 아파트인가. 창의적 모델을 제시할 자신이 없다면 더 파헤치지 말고 후대의 몫으로 남겨 주는 것이 좋겠다.

/권구찬 경제부장 chan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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