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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공연]연극 '환도열차'-60년전 여인이 보여준 2014년 한국

1953년 부산발 열차가 2014년 서울에 나타났다는 '타임슬립' 설정

60년 시간 건너 뛴 여인과 조사관의 관찰자 시선 통해 불편하고 괴로운 '우리의 진짜 현실' 보여줘





“날 데려다 주시라요. 내레 그 열차 타고 진짜 현실로 돌아가야겠애요.”

1953년 부산발 열차를 타고 서울에 온 여인 이지순은 외친다. 절규가 울려 퍼진 곳은 2014년 4월의 대한민국. 60년 세월을 뛰어넘은 한 여인이 ‘누군가가 꾸며낸 이야기 같다’는 2014년을 마주하는 동안 우리의 현재 삶이 담긴 진짜 현실도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연극 ‘환도열차’는 과거에서 찾아온 여인과 함께 진짜 현실이라는 종착역을 향해 내달리는 여정이다. 2014년 예술의전당이 유망 연출가의 신작을 소개하는 기획 공연으로 첫선을 보인 이 작품은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연극은 1953년 피난민을 태우고 부산에서 출발한 환도열차가 60년을 뛰어넘어 2014년 서울에 불시착해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서울에 도착한 지순에게 이곳의 현실은 이상한 세계를 그린 이야기처럼 낯설고 괴롭다.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를 받다가 만난 아흔 살의 남편은 그 옛날의 착한 최양덕이 아닌 친구의 이름을 훔쳐 대기업 회장으로 사는 한상해다. 세월 속에 정을 잃고 냉혈한이 된 지순의 남편은 그 자체로 한국 사회의 변화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전쟁은 끝났어도 전쟁은 계속”이라는 최양덕, 아니 한상해의 말처럼 2014년의 서울은 총칼을 대체한 무형의 무기가 서로 겨냥하는 전쟁의 연장선이다. 지순의 말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스토리는 1953년과 2014년의 대조적인 모습을 드러내며 혼란과 비극을 극대화한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것은 2014년 대한민국을 향한 관찰자의 시선이다. 모든 게 낯선 지순은 물론이고, 열차 사건을 조사하러 온 미국항공우주국(NASA) 특별조사관 제이슨 역시 제삼자로서 한국을 바라본다. 아픈 사연을 계기로 미국으로 건너간 한국계 미국인 제이슨은 시종일관 한국 사회에 냉소를 던진다. 지순이 지금 한국에 느끼는 감정이 낯설고 실망스러운 것이라면 제이슨은 익숙해서 실망스러운 쪽에 가깝다. 두 관찰자가 각각 ‘변해버린 가족’, ‘변하지 않은 조국’을 대면하는 동안 정작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이 현실에 실제 발 담그고 있는 관객이다. ‘가까이 보려 할수록 정확하게 볼 수 없고 구경꾼처럼 오히려 떨어져 바라봤을 때 정확하게 볼 수 있다’는 지순과 제이슨의 대화처럼 무대에서 한 발짝 떨어져 연극을 바라보던 관객은 두 사람이 담아내는 진짜 우리의 이야기와 맞닥뜨린다.

지순과 제이슨은 현실 앞에서 서로 다른 선택을 한다. 돌아갈 것인가, 남을 것인가. 돌아가서 또 남아서 무엇을 할 텐가. 다시 돌아온 열차가 2016년 3월 대한민국에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묵직한 주제를 판타지와 버무려낸 짜임새 있는 연출은 단연 돋보인다. 러닝타임이 초연(3시간)에서 30분 줄었지만, 말하고자 하는 바도 비교적 명료하게 담아냈다. 배우들의 연기도 2시간 반의 여정을 힘있게 끌어간다. 열차는 4월 17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탑승할 수 있다.

/송주희기자 ss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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