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하느냐 마느냐는 결국 대중에게 어필할 만한 이미지를 갖췄느냐에 달렸죠. 걸그룹이라면 착하고 여린 소녀라는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해요. 연예인에게 호감형 이미지는 최고의 스펙이죠.”
최고의 스펙은 호감형 이미지…착하고 바르다는 느낌 줄 수 있어야
연예계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데뷔의 최우선 조건으로 ‘호감형 이미지’을 꼽았다. 연예기획사는 수십 번의 내부 오디션을 거치면서 연습생들이 보이는 말투, 태도 등을 유심히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A소속사 신인개발팀 관계자는 “인상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는 표정, 말투, 습관처럼 은연중에 드러나는 부분”이라며 “눈에 띄는 안 좋은 행동이 있을 경우 수차례 경고해도 나아지지 않으면 방출시킬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B소속사 관계자도 “대중에게 사랑받으려면 ‘착하고 바른’ 이미지가 필수”라며 “보여지는 이미지를 잘 다듬는 것도 어느 정도 바탕이 돼야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100% 시청자의 투표로 데뷔가 결정되는 오디션 프로그램 Mnet ‘프로듀스101’ 10화의 티저 영상. ‘보여지는 이미지’가 결정적 요소이기 때문에 편집과 관련한 많은 논란을 양산하기도 했다.
/출처=Mnet 유튜브 채널
‘프로듀스101’ 이미지 보여 줄 기회 박탈했다면 ‘악마의 편집’ 논란 당연
화제의 프로그램 ‘프로듀스101’이 ‘악마의 편집’ 논란을 낳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편집 과정에서 일부 출연자에게 분량 쏠림 현상이 발생해 공정하지 못하다는 비난을 받았다. 결국 나머지 출연자에게는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연예계 관계자들 역시 “인기투표로 데뷔가 결정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캐릭터를 보여줄 최소한의 분량은 확보해 줘야 했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민주언론시민연합 방송모니터위원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개인 사연이 소개된 ‘프로듀스101’ 연습생의 경우 순위 상승세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간적인 이미지가 부각될수록 대중이 친근감을 느끼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실력은 비슷비슷…그룹 이미지 확정 후 적합한 연습생 발굴
개인 이미지 테스트에 통과한 연습생이 넘어야 할 마지막 관문은 ‘그룹 이미지’다. 연예기획사는 데뷔시킬 새로운 그룹의 컨셉, 즉 이미지를 먼저 잡는다. 이후 포지션 별로 적합한 후보군을 추리고 내부 경쟁을 통해 선발 과정을 거친다. A소속사 관계자는 “상큼 발랄한 걸그룹이라는 컨셉이 결정되면 필요한 파트를 나누고 후보군 별로 추려 오디션을 진행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B소속사 관계자도 “개개인의 실력은 비슷비슷하다”며 “구상하고 있는 그룹 컨셉과 잘 맞느냐가 최종 선발 여부를 판가름 짓는다”고 말했다.
연습생들은 해당 소속사의 프로그램에 따라 랩, 보컬, 춤, 체력, 외국어 등 공통 수업과 특화 포지션 맞춤 심화 교육을 받는다. 짧게는 몇 달에서 길게는 수년간 지속적인 평가와 모니터링이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교육내용을 따라오지 못하는 연습생은 걸러지므로 데뷔조로 검토되는 인원은 일정 수준 이상의 실력이 담보된다는 것이다.
완벽한 이미지에 대한 집착, 한국 특유의 보수적인 유교 문화 탓
‘연예인은 완벽해야 한다’는 집착이 연예인을 향한 질타로 이어지기 쉬운 환경을 만든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미디어 산업 전문가인 곽규태 호남대 문화산업경영학과 교수는 “한국 특유의 보수적이고 유교적인 정서가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며 “대중이 자신의 욕망을 대변하는 존재로서 연예인을 바라보는 경향이 강하다”고 꼬집었다. 감정적 애착도(emotional attachment)가 지나치게 높은 경우 역설적으로 연예인의 개인성을 말살하는 부작용이 생긴다는 것이다. 인권유린이라는 비난을 받은 KBS 특집 프로그램 ‘본분 금메달’ 역시 ‘완벽한 이미지’를 갖추는 것이 연예인의 본분이라는 제작진의 인식에서 출발했다. ‘본분 금메달’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예쁜 외모, 이미지 관리, 정직성, 리액션, 분노 조절을 하는 것이 연예인의 본분이라며 이를 검증하는 몰래카메라 형식으로 방영됐다가 시청자들의 빈축을 샀다.
/김나영기자 iluvny23@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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