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작가가 자신의 사생활과 감정에 대해 소소하게 펼쳐내는 에세이는 문학 팬들에겐 선물과도 같다. 영국을 대표하는 지성이자 이 시대 가장 유명한 소설가 중 한 명인 줄리언 반스의 이야기라면 더욱 그렇다. 작가가 400페이지에 걸쳐 파고드는 주제는 다름 아닌 죽음. 하지만 제목에서 느껴지듯 우울하거나 무겁기보단 우아하고 유머러스하다. 아버지와 어머니 등 가까운 가족의 죽음을 묘사하는 순간조차 재치가 넘치는 통에 도리어 읽는 쪽에서 당황할지도 모르겠다.
죽음은 작가 줄리언 반스가 소설 속에서 여러 차례 변주해 다룬 소재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반스의 첫 소설 ‘메트로랜드’에는 소멸에 대한 생각으로 온몸이 마비되는 공포에 사로잡히는 소년이 나오고, 맨 부커 수상작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친구의 자살에 대한 기억의 혼란을 다룬 소설이다. 작가로 하여금 그 소설을 쓰게 했을 법한 단서들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작가의 박식함과 통찰력은 더없이 반갑다. 특유의 지성적이고도 위트 있는 문장이 죽음을 바라보는 개인적인 감상은 물론 동서고금 철학자·작가·작곡가들이 남긴 온갖 기록을 넘나들며 유려하게 춤을 춘다. 참 시시콜콜한데 참 우아하다. 1만5,000원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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