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중도금 집단대출 보증 강화로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지방 부촌인 부산 해운대, 대구 수성구 등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자칫 이번 조치가 청약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신규 분양시장의 냉각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정부는 28일 분양가의 60% 수준인 중도금 집단대출 보증한도를 수도권·광역시 6억원, 지방 3억원으로 제한했다. 아울러 분양가가 9억원을 넘는 아파트는 아예 중도금 집단대출 보증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이번 보증 강화로 1인이 2주택을 분양받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이번 조치는 오는 7월1일 이후 입주자 모집 공고를 받는 주택에 적용된다.
◇강남 3구, 부산 해운대, 대구 수성구 직격탄=이번 규제는 사실상 강남 3구의 고분양가를 겨냥한 것이다. 이에 따라 당장 다음달 분양을 앞둔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 아너힐즈(개포주공 3단지)’를 시작으로 강남 3구의 재건축 분양물량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28일 현재까지 서초구와 강남구의 평균 3.3㎡당 분양가는 각각 4,457만원과 3,847만원이다. 전용면적 84㎡(공급면적 110㎡)의 분양가가 서초구는 약 14억8,000만원, 강남구는 12억8,000만원가량인 셈이다. 분양가가 9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은 아예 보증 대상에서 제외된다. 분양 계약자 스스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서울 용산·동작구 등에서 분양하는 중대형 면적 계약자들도 중도금 대출 보증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수도권에서 강남 지역을 제외하고 3.3㎡당 평균 분양가가 2,000만원을 넘는 곳은 △용산구 2,225만원 △동작구 2,204만원 △양천구 2,065만원 △광진구 2,028만원 △경기 과천 2,760만원 등 5개 지역이다.
지방에서는 부산 해운대구와 대구 수성구 등 지방 부촌 분양단지들이 직격탄을 받는다. 지난해 부산 해운대구 중동에서 분양된 ‘엘시티 더샵’이 3.3㎡당 2,730만원으로 책정되는 등 일부 주상복합 단지는 높은 분양가가 책정되고 있다. 부산 해운대구의 올해 분양가는 3.3㎡당 1,353만원, 대구 수성구는 1,477만원이다. 광역시를 제외한 지방은 보증한도가 3억원으로 제한돼 지방 다른 지역 역시 분양가가 5억원을 넘는 아파트는 중도금 3억원까지만 보증이 가능하고 나머지 금액은 신용대출 혹은 시공사 연대보증으로 해결해야 한다.
덧붙여 이번 보증 강화로 인해 한 사람이 투기 목적으로 2주택을 분양받는 것은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1~5월 서울 전용 85㎡의 평균 분양가는 7억 4,200만원으로, 만약 두 채를 분양받으려면 중도금(분양가의 60%, 4억 4,520만원) 보증액이 8억 9,040만원을 돌파해 보증한도 6억원을 넘어선다.
◇고분양가 주춤…청약 양극화 심해질 것=끊임없이 치솟던 고분양가 행진도 주춤해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보증한도와 주택 가격을 정함으로써 사실상 분양가 상한선을 제시한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수도권 6억원, 지방 3억원이라는 보증한도는 결국 건설사 입장에서는 분양가를 일정 금액 이상 높이면 안 된다는 심리적 압박으로 다가올 것”이라며 “고분양가에 대한 대응책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인기 지역과 비인기 지역 간 청약 양극화가 심화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최악의 경우 청약 수요가 일부 인기 단지에 더 몰리고 다른 지역은 미분양 사태가 심각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강남권 재건축을 진행하는 대형 건설사들은 시공사 연대보증을 통해 HUG의 중도금 대출 보증 없이도 고분양가를 유지할 수 있지만 지방 분양을 진행하는 중소 건설사들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성호·권경원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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