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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3일’ 대구 오토바이골목, 기름 냄새가 아닌 사람 냄새 가득한 곳

‘다큐3일’ 대구 오토바이골목, 기름 냄새가 아닌 사람 냄새 가득한 곳




3일 방송된 KBS2 ‘다큐멘터리3일’에서는 대구 오토바이골목 사람들과 함께 한 72시간이 전파를 탔다.

대구 인교동은 교통수단과 인연이 깊은 곳이다. 사람들이 말을 타고 다니던 시절에는 이곳에서 마장(馬場)이 열렸다. 서문시장의 물건을 실어 나르는 데 말이 필요했기 때문에 시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마장이 열린 것. 그래서 한때 이곳은 ‘말전거리’로 불리기도 했다.

이후 1960년대부터는 오토바이 가게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오토바이의 대중화에 힘입어 점차 늘어난 상점들은 하나의 특화 거리를 형성했고, 전국을 대표하는 오토바이 골목으로서 성업을 이루었다. 현재는 판매, 수리, 튜닝, 렌트 등 오토바이와 관련된 56여 개 업체들이 어깨를 맞대고 있다.

‘오토바이 거리의 원조’라는 명성에 걸맞게, 이곳에는 다른 지역에선 찾아보기 힘든 ‘오토바이만을 위한’ 특별한 업체들이 자리 잡고 있다. 라이딩 소품만 전문으로 제작하는 가죽 공방, 중고 시트를 새 것으로 뚝딱 변신시켜 주는 시트 전문점, 장애인용 오토바이를 제작하는 업체와 전기 오토바이 전문점까지. 오토바이에 관해선 없는 게 없어 그야말로 움직이는 ‘오토바이의 박물관’이자, 마니아들의 천국으로 통하고 있다.

소형 스쿠터부터 몇 천만 원을 호가하는 명품오토바이까지 다양한 종류의 오토바이가 있는 이곳. 그만큼 이곳을 찾는 ‘라이더’들의 이야기도 각양각색이다. 누군가는 삶의 여유를 즐기기 위해, 또 누군가는 생계를 잇기 위해 두 바퀴에 몸을 싣는다.

아흔 살의 이장식 씨는 아내를 위해 2인용 전기 오토바이를 장만했다. 몸이 불편해 하루 종일 집에만 있는 아내. 그런 아내가 안쓰러워, 혼자 타던 오토바이까지 처분하고 두 사람이 함께 탈 수 있는 오토바이를 샀다. 혼자 외출하고 돌아올 때마다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는 이장식 씨. 이제는 아내와 맛있는 음식도 사 먹고 바깥 구경도 하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밝히기도 했다.

짜릿한 스릴을 즐기기 위해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들도 있다. 열일곱 살 때부터 지금까지 55년 간 오토바이를 탔다는 박칠원 씨. 어느새 ‘백발의 라이더’가 됐지만, 여전히 오토바이에 올라탈 때만큼은 가슴이 떨린다. 그에게 오토바이는 영원한 로망이자, 젊음의 에너지다.



장보은 씨와 최은주 씨는 보기 드문 여성 라이더다. 처음엔 남편이 운전하는 오토바이 뒷좌석에 타는 게 전부였지만, 지금은 직접 운전도 한다. 속도와 바람을 즐길 줄 아는 진정한 마니아가 된 것이다. 장보은 씨는 부부가 취미 생활을 공유하며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점도 좋지만, 남자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오토바이를 즐길 수 있다는 데 대한 자부심도 크다고 말했다.

오토바이보단 자동차를 타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경기 불황도 이어지면서 오토바이 골목을 찾는 사람들은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오토바이 골목이 분위기는 그리 팍팍하지만은 않다. 같은 업종이지만, 이곳 사람들은 서로를 경쟁의 대상으로 여기는 대신 동료이자 이웃으로 여기며 더불어 살아간다.

이러한 공생의 분위기는 이 골목을 굳건하게 지켜온 힘이다. 그렇다 보니 여러 업체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있는 모습도 낯설지가 않다. 오토바이 수리가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온 동네 기술자들이 모여서 팔을 걷어 부치는가 하면, 인근 초등학교에 함께 달려가 어린이들을 위한 재능기부를 펼치기도 한다.

대구 인교동 오토바이골목은 상인들 간의 동호회 모임도 있다. 일주일에 두 번, 젊은 상인들이 이른 새벽에 모여 산악 오토바이를 탄다. 힘들 때는 같이 쉬어가고, 높은 장애물을 만날 때는 서로 이끌어 주며 우애를 다진다. 흠뻑 땀을 흘리고 골목으로 돌아와 다시 가게를 여는 상인들. 그 모습은 부르릉!하고 울리는 오토바이 엔진 소리만큼이나 활기차다.

[사진=KBS 제공]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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