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중국이 사드 배치를 사실상 북한이 아닌 자국을 겨냥한 미국의 군사적 조치로 받아들이고 있는 만큼 이를 중단·지연시키기 위해 전방위 공세에 나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중국 매체들도 사드 배치를 남중국해 이슈와 함께 양면으로 중국을 압박하려는 전술이라고 보고 동북아 정세가 긴장 국면으로 급속히 전환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중국 외교부는 8일 한미 양국의 사드 배치 발표 후 홈페이지에 게재한 성명에서 “미국과 한국이 중국을 포함한 관련 국가들의 명확한 반대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선포했다”며 “강렬한 불만과 단호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중국 외교부는 특히 “미국과 한국의 사드 시스템은 한반도의 평화안정에도 불리한 것”이라며 “미국과 한국이 사드 배치 프로세스를 중단하고 지역 형세를 복잡하게 만드는 행동을 하지 말고, 중국의 전략적 안전이익을 훼손하는 일을 하지 말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중국 측은 성명 발표 이후 김장수 주중 한국대사와 맥스 보커스 주중 미국대사를 중국 외교부로 불러 한미 당국의 이번 사드 배치 결정에 강력히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2월 한미 양국이 사드 배치 논의에 착수하자 김장수 대사를 긴급초치해 항의를 전달한 바 있다. 주중 한국대사관 측은 “사드 문제에 대해 한중 양국이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기 어렵다”고 밝혔다.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25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베이징 방문 때 미국의 글로벌MD(미사일방어) 전략을 비난하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사드 배치가 중국의 전략적 안전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 매체들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북한보다는 중국을 겨냥한 조치로 해석하고 심각한 안보 위협 행위로 간주하고 있다. 이날 중국의 신화통신을 비롯해 중국신문망 등 관영매체들은 사드 배치 결정 사실을 실시간으로 즉각 보도하고 한반도 사드 배치가 동북아 안보에 큰 위협 요인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분석 기사들을 쏟아 냈다.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의 온라인판인 환구망은 사드 배치 최종 발표가 국제중재재판소(PCA)의 남중국해 이슈 판결일(12일)을 며칠 앞두고 이뤄진 사실을 언급하며 남중국해 문제와 함께 사드 배치를 통해 중국을 동시에 압박하려는 미국의 양면 전술로 읽힌다고 보도했다. 온라인 매체 시나망은 사드 배치에 맞서 중국도 둥펑-21D 시리즈 중단거리 탄도미사일로 타격이 가능하다며 사실상 사드를 자국의 영역을 대상으로 한 조치로 해석하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을 인용해 사드 배치에 대항해 러시아와 군사적 협력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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