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며 돌풍을 일으켰던 버니 샌더스(사진) 상원의원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의 대선 후보 대결을 마무리 지으며 자신의 정치적 유산을 당 전체에 심고 떠났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도 백기를 들지 않은 ‘투사 샌더스’의 승리로 평가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클린턴·샌더스 후보의 선거운동본부는 공동성명을 통해 “12일 오전9시부터 뉴햄프셔주 포츠머스에서 열리는 민주당 집회에 두 후보가 함께 참석한다”고 발표했다. 샌더스 의원은 지난 2월 후보 경선 때 힐러리 전 장관을 22%포인트 차로 크게 이긴 뉴햄프셔주에서 공식 지지를 선언할 예정이다.
샌더스 의원은 경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민주당과 힐러리 전 장관에게 자신의 핵심공약을 심는 데 성공했다. 8~9일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린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회의에서 마련된 민주당 정강 최종안에 △시간당 최저임금 15달러(약 1만7,300원)의 단계적 도입 △‘오바마케어(의료보험)’의 보험 적용 치료 범위 확대 △기후변화 정책 △사형제도 폐지 등 자신의 공약 상당수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클린턴은 샌더스 의원의 대표 공약 중 하나인 ‘공립대 등록금 면제’ 정책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미 NBC방송은 이번 대선 후보 경선을 평가하면서 클린턴이 당을 효과적으로 장악하고 있지만 정강 채택에 더욱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은 샌더스 의원이라고 지적했다. 경선 레이스를 끝까지 완주하며 진보적 정치혁명에 동의하는 지지자를 한데 묶어낸 샌더스 의원의 힘이 당을 바꿨다는 것이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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