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3시 10분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 18번 대합실. 강원도 속초행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붐비는 대합실엔 즐거운 표정을 한 사람과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사람들이 섞여 있었다. 속초행 버스를 기다리는 승객들의 모습을 둘로 나눈 것은 ‘포켓몬 GO’라는 증강현실 게임이다. 게임업계에 따르면 ‘포켓몬 GO’는 위치정보(GPS)를 기반으로 게임 구역을 나누는데 우리나라의 대부분 지역은 서비스 불가 지역이지만 속초 일대만이 서비스 가능 지역인 북한으로 분류돼 게임이 가능하다.
게임을 즐기러 속초행 버스를 기다리는 승객들의 얼굴엔 웃음꽃이 피었다. 서울에 거주하는 김정연(30)씨는 “예전에 포켓몬스터 만화를 즐겨봤는데 게임을 하면서 그때의 향수를 떠올릴 수 있을 것 같다”며 “주말 내내 ‘포켓몬 GO’를 즐길 것”이라고 웃으며 버스에 올랐다.
반면 ‘포켓몬 GO’ 열풍 속에 속초로 관광객이 몰리자 서울에 온 속초주민들은 돌아가는 표를 구하지 못해 터미널 난민으로 전락했다. 속초 중앙시장에서 상가를 운영하는 김태연(59·여)씨는 “7월은 휴가철이라 속초행 버스표를 구하기 힘든데 요즘은 예전 휴가철보다 표를 더 구하기 힘들다”며 “6월에는 표를 구하기 위해 1시간 터미널에서 기다렸는데 오늘은 4시간째 표를 끊으려고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건강이 좋지 않아 30도가 넘는 더운 날씨에도 마스크를 쓰고 긴소매의 옷을 입은 채 매표소와 시계를 번갈아 봤다. 그의 얼굴엔 피로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실제 속초로 가려는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고속터미널에서 속초행 표를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 고속터미널 매표소의 한 직원은 “현장에서 표를 구하려면 최소 3~4시간 대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표를 구하는 것만큼 인터넷 예매도 만만찮다. 인터넷 예매 페이지의 16일 속초행 버스 좌석은 오전 6시부터 대부분 매진상태였다. 속초주민인 공모(47)씨는 “포켓몬인가 뭔가 하는 게임 때문에 날도 더운데 인터넷에서 예매한다고 진땀을 뺐다”고 짜증스럽게 말했다.
속초행 버스를 운행하는 동부익스프레스는 ‘포켓몬 GO’ 열풍으로 승객들이 표를 구하지 못해 불편을 겪자 이에 대한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윤성민 동부익스프레스 대리는 “포켓몬 게임으로 손님이 많이 늘어 현재 3~4대의 임시차를 운행중”이라며 “관광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주말엔 수요에 따라 더 많은 임시차를 증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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