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까지 꼬박 36시간 걸렸다. 3일(이하 현지시간) 찾은 리우데자네이루는 2년 전 상파울루의 상황과 비슷했다. 개막(5일)이 코앞인데도 올림픽 경기장의 상당수가 아직도 공사 중이었다. 3주 전에 이미 끝냈어야 할 공사다.
근대 올림픽이 시작된 지난 1896년 이후 남미에서 열리는 첫 올림픽이라는 리우올림픽은 한마디로 준비부족 상태다. 경기장뿐 아니라 선수촌과 미디어촌도 시설 미비로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각국 1만여 선수단과 2만여 미디어 관계자의 대부분이 머무는 곳이다. 1년 전 테스트 이벤트(올림픽 전 종목별 국제경기)에서 심각성이 드러났던 구아나바라만의 수질오염은 최악 수준이었다. 파도에 떠밀려온 폐타이어, 버려진 소파 등으로 해안가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요트·윈드서핑 등 수상종목 선수들은 바다 위 각종 오염물질과도 싸워야 한다. 브라질의 치안 인력이 올림픽에 집중된 사이 북동부 지역에서는 지난주 말부터 괴한들의 방화와 약탈 등 폭동이 잇따르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적어도 준비상황만 보면 낙제점에 가깝다.
낙제 수준의 리우올림픽 준비상황을 목도하면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올림픽 딜레마’는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스포츠 축제라는 대의를 생각해 대륙별 순환 개최의 관행을 지키거나 신흥국 개최를 시도하자니 리우 같은 사례가 발생하고 반대로 북미·유럽이나 아시아의 검증된 도시에서만 개최하면 올림픽의 의미가 퇴색할 수 있다는 고민이다. 당장 IOC 위원들 사이에서 “리우는 우리가 지금까지 직면한 최대 도전이 되고 있다. 향후 대회 개최지는 성공한다는 보장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돌 정도다. 사실 그동안도 대륙별 순환 개최 관행은 남미와 아프리카 대륙을 뺀 반쪽 원칙으로 지켜지고 있었다. 내전 등 정치불안과 재정능력 부족 등이 이유였는데 2016년 올림픽 개최지를 선정하던 7년 전의 브라질은 유례없는 호황기였다. 하지만 이후 원자재 가격 폭락과 최근의 탄핵 정국 등 정치불안까지 겹치면서 7년 후인 현재의 브라질은 100년 새 최악의 불경기를 겪고 있다.
리우는 그러나 올림픽이 최종 카운트다운에 근접해가면서 차츰 축제 분위기가 살아나고 있다. 현지 올림픽 조직위의 한 관계자는 “코파카바나 해변의 대형 오륜마크는 어느새 기념사진 명소로 자리 잡았고 올림픽 기념품을 파는 메가스토어도 관광객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바빠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리우는 1992년 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도시 혁신에 성공한 바르셀로나를 모델로 삼고 있다. 당장 올림픽을 위해 70개의 호텔을 새로 지었다. 핸드볼 경기장은 올림픽이 끝난 뒤 4개의 학교로 변신할 예정이다. 다른 경기장들의 사후활용 방안도 마련해놓았다. 리우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자원봉사자들의 연령대를 또 다른 희망의 근거로 제시했다. 한국선수단의 한 관계자는 “전체 5만여 자원봉사자 중 82%가 브라질 국적이며 이 가운데 50%가 25세 이하”라면서 “‘새로운 세상(New World)’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최초로 난민대표팀(ROT)이 참가했다는 측면도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고 말했다. 우려 반 기대 반 속에 개막하는 리우올림픽이지만 세계 평화라는 올림픽 정신을 구현하고 신흥국에 희망을 안기는 축제가 되기를 바라는 지구촌 가족들의 염원이 커지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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