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 추가경정예산에 넣으려던 ‘외국환평형기금’ 출연액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논의과정에서 대폭 삭감됐다. 정부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나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 등 대외 변동성에 대비해야 한다며 추경에 기금 출연액 5,000억원을 반영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기재위 소속 야당 의원들 중심으로 “불요불급하다”며 1,000억원을 감액해 통과시켜서다.
29일 기재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브렉시트 위험 요인의 장기화 가능성, 기금 여유자금을 활용한 외화대출 실시 등을 감안할 때 5,000억원 증액은 불요불급하고 추경 취지에 부합하지 않아 일부 감액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경제부처 출신의 김광림·추경호 새누리당 의원이 강한 반대 의견을 냈지만 야당 의원들과 일부 여당 의원들이 삭감에 공감해 감액이 결정됐다.
일각에서는 경제통이 모인 국회 기재위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대외 변수에 너무 둔감해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추 의원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최근 미국 금리 인상 등 대외 변수로) 환율 변동폭이 커지는 상황”이라면서 “외평기금 출연을 충분히 해서 정부와 정치권이 환율안정을 위한 정책 의지가 있다는 시그널(신호)을 시장에 줄 필요가 있다”며 감액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대신 기재위는 삭감된 1,000억원을 가뭄에 따른 농업용수 확보나 섬·해안가 상수대책, 개성공단 보상 부족분 등에 써달라는 부대의견을 달았다. “위기가 당장 눈앞에 닥친 게 아니지 않느냐”며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외평기금 출연액을 줄여 눈에 보이고 지역 표심에 호소할 수 있는 사업에 전용하도록 일부 의원들이 앞장선 꼴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김홍길기자 wha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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