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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의 Cine-Biz] 전문 제작자 설자리 줄어든 영화계

필름에이픽처스에서 제작한 중·저예산영화 ‘오뉴월’(감독 임경택)의 촬영현장.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동생을 구하기 위해 비밀스러운 과거를 청산하고 복수를 시작하는 언니의 이야기를 그린 감성 액션 영화다.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가 15일 폐막식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태풍을 비롯한 여러 악재로 이번 영화제는 예년과 달리 차분히 진행됐다. 부산영화제를 찾은 관객 수도 많이 줄었다. 영화제의 꽃인 배우와 감독이 영화제에 대거 불참하면서 관객들의 관심도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영화시장에서 배우와 감독의 영향력을 새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한국영화산업에서 투자자와 감독 그리고 배우의 영향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제작자가 선택한 감독보다 투자자가 선택한 감독의 영화가 흥행 성공하면서 감독의 입지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창작의 주도권은 제작사에서 투자사로 옮겨갔고 감독은 제작사의 도움 없이도 영화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배우매니지먼트사도 점점 역할이 커지기 시작했다.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배우의 위치가 중요해짐에 따라 생긴 결과다. 최근 한국영화는 자연스럽게 100억원대의 영화로 제작되고 있다. 많은 예산이 투입된 블록버스터 영화에서는 관객몰이를 위해 A급 배우가 다수 출연해야 한다. 티켓파워가 있는 스타 감독과 배우의 가격은 더욱 치솟게 된다. 결국 제작사는 그들이 기획한 영화를 제작하기보다 투자자의 하청으로 감독과 배우를 섭외하는 오더를 받는 구조가 돼 가고 있는 것이다.

영화제작시장은 투자자, 감독, 제작사의 구조로 되어있다. 제작사가 기획한 영화로 투자자를 만나 투자자금을 받는다. 그리고 제작사는 감독과 스텝 그리고 배우를 꾸려 영화제작에 들어간다. 그러나 지금 한국영화제작 구조는 투자자가 감독과 배우를 선택하는 실정이다. 또는 감독이 제작사를 직접 차려 제작한다. 박찬욱 감독의 모호필름, 최동훈 감독의 케이퍼필름, 류승완 감독의 외유내강, 윤종빈 감독의 월광, 김한민 감독의 빅스톤픽처스 등은 감독들이 만든 대표적인 제작사이다. 이제 전문제작자가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영화제작 구조는 문제가 있다. 영화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투자자와 제작자, 감독이 서로를 견제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야 한다. 시나리오와 기획, 제작 그리고 감독과 연기는 모두 전문적인 분야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 모든 것을 감독이나 배우가 담당할 경우 전문성이 떨어져 영화산업의 발전은 저해 받을 수 있다. 할리우드에서는 여전히 전문제작자 중심의 영화가 기획되고 있는 이유다.



또한 감독과 배우 중심의 영화제작 구조는 중·저예산의 영화제작을 줄어들게 만든다. 스타 배우와 스타 감독이 제작을 맡고, 투자사는 배급사를 선점하고 스크린을 독점하는 구조하에서는 블록버스터 영화만이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제작사의 역할이 줄어들면 이러한 악순환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이미 한국영화시장은 대규모 영화위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매년 1,000만 관객을 동원한 한국영화가 나오지만 제작비용이 늘면서 전체 한국영화 투자수익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영화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영화 창작자와 전문제작자들 위한 공정한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그리고 그 분야에 맞게 분업과 전문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시나리오 작가와 전문제작자 역시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계발해 생존경쟁에서 살아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양경미 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영화학 박사)

양경미 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영화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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