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발(發) 경제위기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임종룡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 절차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여권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야권은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아직 자리를 유지하고 있어 경제수장 공백은 아니며 박근혜 대통령의 2선 후퇴가 이뤄지지 않은 만큼 청문 절차에 속도를 내지 않겠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야권은 여야 대치가 길어질 경우를 대비해 임 후보자를 대상으로 한 ‘원포인트 청문회’의 필요성에 대한 의견수렴 절차에 들어갔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야당이 정치와 경제·민생을 분리해 대응해줬으면 한다”며 “시장이 제일 두려워하는 것은 불확실성이지만 경제 사령탑이 확정되지 않고 있다. 경제팀의 전열을 정비하는 게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공약으로 내건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증대된 만큼 임 후보자를 한시라도 빨리 경제사령탑으로 앉혀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임 후보자 청문 절차를 담당하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야당 간사들은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일단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있지 않느냐”며 “대우조선해양·한진해운 사태 등에 책임이 있는 임 후보자가 총리가 된다고 달라지겠느냐. 최순실 사태로 국정운영 시스템부터 바꿔야 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김성식 국민의당 의원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국정이 망가졌으면 차근차근 풀어가야 하지 않겠느냐”며 원포인트 청문회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하지만 야권은 지도부를 중심으로 임 후보자의 원포인트 청문회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계속하든 임 후보자를 앉히든 정리를 빨리해야 한다”고 말하자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를 지난 9일 열린 야 3당 대표 회담의 의제로 꺼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도 “당 지도부와 임 후보자의 거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12일 대규모 촛불집회에도 대통령의 2선 후퇴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아 여야 대치 정국 장기화가 불가피할 경우 야당도 경제수장인 임 후보자만큼은 청문 절차 돌입을 수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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