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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최순실의 막가파식 ‘스포츠농단’

박민영 문화레저부 차장





“대형 계약요? 최순실 사태 이후로는 문의해오는 기업도 끊어졌을 정도입니다.”

프로골프 선수 매니지먼트사 대표가 정상급 여자선수의 후원계약에 관한 기자의 질문에 내놓은 대답이다.

실제로 예년 같으면 계약 체결 소식이 잇달아 나왔을 시기지만 올해 ‘스토브리그’는 유독 잠잠하다. 계약이 만료된 유명 선수도 꽤 많은 편이나 일부 신인급 선수의 계약만 가물에 콩 나듯 이뤄지고 있을 뿐이다. 20일 내년 투어 일정을 발표한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관계자도 “사회적 혼란으로 후원 기업을 찾기가 더욱 힘들어졌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최순실 국정농단’의 여파가 스포츠에까지 미치고 있다. 다른 정치적 게이트들과 달리 이번 사태는 스포츠와 문화를 포장 수단으로 이용했기 때문에 스포츠 분야에 와 닿는 충격파가 크다. ‘비선실세’ 최순실을 비롯한 국정농단 세력은 체육 분야를 사익 추구의 발판으로 삼았다. K스포츠재단을 만들어 권력을 등에 업고 기업들에 거액의 출연을 요구했다.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의 실질적인 역할도 다르지 않았다.

이번 사태로 스포츠계가 입은 상처는 상상을 초월한다. 기업들이 엉뚱한 곳에 돈을 낸 탓에 당장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예산 마련에 차질이 예상되고 선수들은 후원처 찾기에 애를 먹고 있다.



하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심리적 외상이다. 스포츠의 탈을 쓰고 권력을 휘두른 세력의 행태는 국민들에게 체육계가 부패의 온상이라는 색안경을 씌워줬다. ‘스포츠 4대악’을 없앤다는 정책은 큰 성과 없이 스포츠계가 승부조작과 폭력·비리가 난무하는 집단이라는 인식을 심는 역효과를 낳았다. 선량한 체육특기생들을 향한 왜곡된 시각도 우려된다. 서울시교육청이 이날 ‘제2의 정유라’를 막겠다며 내년부터 체육특기생 출결석 관리와 대회 참가 허가 절차 등을 대폭 강화한다는 내용의 학교운동부 및 학사 운영 개선안을 내놓았지만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 든다. 방안의 의도와 발표 타이밍은 좋아 보이나 모든 특기생에게 간접적으로 낙인이 찍힐지 모를 부작용까지 감안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스포츠는 ‘순수 영역’이어야 한다. 땀과 노력으로 꿈을 실현하고 국민들에게 희망과 감동을 선사하며 국가 이미지 제고에 기여하는 역할이 크다. 국력의 기반인 심신의 건강과도 직결된다. 스포츠 권력을 장악하고 스포츠 4대악 신고센터를 설치한 이면에 특정인의 사익을 챙겨주려던 음흉한 의도가 있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소름이 끼칠 정도다. 그런 의미에서 최순실 등의 행위는 스포츠의 근본정신을 뒤흔든 ‘스포츠농단’이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스포츠농단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지혜를 모을 때다. 체육 당국 책임자가 권력의 하수인 역할을 했던 적폐부터 청산해야 한다. 체육계의 자괴감과 좌절감을 치유하고 학교 스포츠 등 기초부터 다시 돌아봐야 새로운 길을 열 수 있다. 무엇보다 투명한 스포츠 행정 구축이 스포츠농단 재발을 방지하는 방패가 될 것이다.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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