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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정현의 이글 아이 콘텐츠] 디지털 ‘십만양병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MB와 박근혜 정부 10년은 가히 콘텐츠 산업의 암흑기라 할 만 하다. MB 정부는 4대강 사업이라는 토목 사업에 22조원을 쏟아 부었고, 그 태반의 예산은 ICT와 콘텐츠에서 잘려 나갔다. 박근혜 정부에 오면 콘텐츠에 대한 정책은 거의 실종되어 버렸다.

여기다 최순실이라는 인물은 문체부에 자신의 심복을 심어 예산을 요리하려고 했으니 제대로 된 관료가, 제대로 된 정책을 수립했을 리 없었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콘텐츠나 디지털, 혁신, 융합과 같은 미래 준비를 위한 어휘들이 최순실, 차은택의 흙탕물을 뒤집어 쓴 채 ‘조소’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가 이렇게 어지러운 판국에 더해 한류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증폭되고 있다. 중국의 콘텐츠 경쟁력은 이미 우리의 턱밑까지 치고 올라와 있다. 게임은 이미 중국 대륙에서 밀려나 있고, 드라마와 K팝은 위험수위에 와 있다. 중국 콘텐츠는 한국 피디를 직접 고용해 제작하는 단계에 와 있다. 콘텐츠 수입과 모방단계를 넘어서면 인력을 직수입해 제작하는 단계가 된다. 이 단계를 넘어서면 게임은 끝난다. 한국은 중국의 문화적 지배하에 놓이게 된다.

중국은 미국에 맞서는 유일한 강대국이며, 문화적 자존심이 무척이나 강한 국가다. 중국의 당이나 명, 송 그리고 청나라에 이르는 동안에도 그랬다. 이 시기에 고려와 조선은 거의 문화적 속국이나 다름 없는 시기였다.

그런 ‘잠을 깨고 있는 사자’ 중국에 대해, 사천성 인구의 절반에 불과한 한국의 콘텐츠가 중국 대륙을 뒤흔들고 중국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한국과 중국 5천년 역사에서 단 한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문화적 상하관계의 역전이다. 그만큼 한류는 위대한 것이다. 그렇기에 한류는 단지 산업적 의미를 넘어 한국의 문명사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한류가 위기다. 그렇기에 우리에게 ‘잃어버린 10년’은 뼈아프다. 더구나 지금은 미국, 유럽발 4차산업혁명이 콘텐츠와 결합해 사회와 경제의 혁명적 변혁을 야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특히 내년에 들어설 새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잃어 버린 10년의 회복과 한류 재도약은 ‘디지털 전사 10만명 양성’에서 시작해야 한다. 가난하지만 우수한 청년 10만명을 선발해 전세계로 보내는 정책이다. 그것은 과거 당나라에 있던 ‘신라방’ 같은 클러스터를 글로벌 차원에서 설치해 이곳을 통해 한국의 인재를 유입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전략적 거점 국가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미국이라면 실리콘밸리, 일본이라면 도쿄와 교토, 중국이라면 상해와 북경, 유럽이라면 베를린과 런던이 이러한 거점이 되어야 한다. 이 거점에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초기에 안착하고, 교육 받을 수 있는 새둥지 같은 시설이 자리 잡아야 한다. 이러한 거점은 기존의 코트라 같은 무역관과는 차원이 다른 혁신의 인큐베이션이 되어야 한다. 또 그것은 박근혜 정부가 재벌의 약점을 비틀어 억지 춘향격으로 만든 창조혁신센터 같은 곳과도 달라야 한다.

조선 중기 이율곡은 일찍이 조선의 변란을 예감하고 10만 양병설을 주장했다. 조선시대 인구가 420만이었으니 정병 10만명은 당시 인구 비율로 따져 2.5%나 된다. 지금 한국의 인구 비례로만 계산해도 130만 명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130만 명은 지금 한국군 병력의 2.5배이니 정부 예산만 산술적으로 따져도 100조원, 무려 25%의 정부 예산이 소요된다. 당시 류성룡을 비롯해 대신들이 벌떼 같이 들고 일어나 반대할 만도 하다.

그러나 준비하지 못한 대가는 너무도 참혹했다. 임진왜란 후 도성 한양 인구는 10만명에서 3만명으로 줄었고, 170만결이던 경작가능 토지는 3분의 1로 감소했다. 온 나라가 초토화된 것이다. 미래의 위기를 준비하지 않는 국가는 이렇게 된다.

한국은 5천년 역사에서 처음으로 기회를 맞고 있다. 글로벌 문화 강대국으로서의 가능성이다. 백 년 후 우리의 후손이 지금의 우리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깊이 고민하고 행동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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