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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식 서해문집 대표 "임진왜란 교훈 잊은 조선, 근대국 수립 기회 날려"

'징비록' 재해석으로 출판계 이목

200년 평화에 나태해진 집권층

국난 겪고도 봉건체제 유지

日政 후 서둘러 법률제도 들여와

체계화 실패…지금까지 악영향

맹목적 주입식 학습 강요 말고

비판적 시각 기르는 시민교육 필요





조선은 임진왜란(1592~1598)으로 도륙당한 백성의 피와 고통을 교훈 삼지 않았다. 역사에서 ‘만약’은 필요 없다. 그러나 왜란 후 조선이 일찍 망하고 새로운 국가가 세워졌다면 훗날 일제에 의한 국권피탈의 역사도 없었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서애 유성룡의 ‘징비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출판계에서 주목을 받은 김흥식(59·사진) 서해문집 대표는 400년 전 왜란 후 조선이 살아남아 훗날 더 큰 화로 이어진 역사의 역설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경기 광명 이원익오리서원에서 열린 ‘실사구시 리더십’ 강연에서 “임진왜란 후 조선은 근대국가로 탈바꿈할 기회를 스스로 버렸다”며 “임진왜란의 교훈은 오늘날에도 살아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30대 초반 출판사를 차려 25년간 우리 역사와 고전을 주로 출간한 자타 공인 고전 전도사다. 고전 시리즈물 중 하나로 지난 2001년 김 대표가 직접 번역 출간한 ‘징비록’은 지난해 TV드라마 방영 전후로 출판계가 앞다퉈 급조해 발간한 20여종의 도서와는 다르다는 평가를 받으며 독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그는 “1800년대 ‘징비록’ 번역본이 일본 사회에서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지만 정작 조선 백성들은 그 위대한 반성의 기록을 읽어볼 수 없었다”며 “지금은 소중한 우리 고전이 있어도 읽지 않아 안타깝다”고 꼬집었다.

김 대표는 인류 역사에서 전쟁이 항상 정세·지리적으로 가장 약한 고리에서 일어났는데 왜란 직전 조선이 거기에 해당한다고 봤다. 조선 건국 후 정적이고 평화로운 200여년의 세월 동안 조정과 지도층은 내포된 문제 해결에 소홀했다.



김 대표는 “지금의 경제지표로 보면 그 당시 100년 동안의 성장률이 고작 2%에 불과했다는 분석이 있다”며 “일본에서 오다 노부나가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전국을 통일하고 중앙집권화로 힘을 끌어올릴 당시 우리 조정은 평화기 조선을 어떻게 끌고 나가야 할지 몰랐다”고 설명했다.



지금 대통령 실정에 격분한 시민들의 ‘이게 나라냐’라는 외침은 ‘징비록’의 기록과 오버랩된다. 선조가 왜적을 피해 한양을 버리고 황급히 파천한 꼴을 보고 분노한 백성들과 하급관리들은 ‘이것은 나라가 아니다’라고 한탄한다. 김 대표는 “임진년 경복궁 전소를 왜적의 소행으로 해석하는 쪽도 있지만 여러 정황을 보면 격노한 백성이 불태웠고 세납·노비문서가 가득 찬 호조, 왕실 개인 금고인 내탕고 등을 백성들이 약탈했음을 알 수 있다”며 “기록에 따르면 피란 가던 선조가 현재 경기 고양 부근에서 불타는 경복궁을 바라봤다는데 그때 선조는 명예롭게 자결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조선의 진짜 비극은 국난 자체가 아닌 그 이후다. 중국은 명이 망하고 청나라가 세워지고 일본도 도요토미가 죽은 후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에도막부를 세워 양국이 모두 봉건국가에서 근대국가로 재탄생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김 대표는 “고통을 받았으면 그것을 교훈으로 삼고 훗날을 대비해야 마땅하다”며 “하지만 조선만 살아남아 구태 봉건체제를 유지한 채 새로운 질서에 편입되지 못해 정치사회 구조를 바꾸고 근대 시민교육에 나설 기회를 잃었다”고 설명했다.

일제 강점 이후 근대국가를 이루는 모든 법률 제도를 고스란히 들여와 스스로 체계화하는 데도 실기(失期)했다. 이것이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김 대표는 지적했다. 그는 “국란의 비극을 제대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며 그 방법은 비판적·합리적 사고와 창조적 시각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며 “맹목적 수용을 강요하는 지금의 교육체계를 획기적으로 바꾸고 시민교육도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현욱기자 hw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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