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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솔로몬의 위증' 배우 지망생 서지훈, "시청률보다 더 중요한 것 얻었죠"

언제나 ‘처음’이라는 단어는 특별한 의미가 부여된다. 지난 해 방송된 tvN 드라마 ‘시그널’로 배우로서의 첫 발을 내딛은 서지훈은 이후 웹드라마 ‘매칭! 소년양궁부’, KBS 드라마 스페셜 ‘전설의 셔틀’, JTBC ‘솔로몬의 위증’까지 연이어 출연하며 평범한 청년에서 배우로 거듭나는 한해를 보냈다.

그 가운데 최근 종영한 ‘솔로몬의 위증’은 이전 작품들과 고등학생이라는 신분은 동일했으나, 캐릭터로서 품게 되는 고민의 지점들은 확연히 달랐다. ‘시그널’과 ‘전설의 셔틀’에서 악역을 소화했던 서지훈은 ‘솔로몬의 위증’에서 친구의 죽음을 밝히기 위한 교내재판에 참여하는 학생이자 어머니의 무관심과 폭언으로 인한 깊은 상처를 간직한 배준영 역을 맡았다.

배우 서지훈이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오훈 기자




“배준영은 다른 아이들에 비해서 변화가 많아요. 처음에는 자살시도까지 할 만큼 우울한 아이였지만 고서연이라는 친구를 만나면서 점차 변해가는 캐릭터에요. 제 주변에서 볼 수 있었던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현실에 없는 캐릭터는 아니에요. 그들이 처했을 법한 환경에 대해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면서 공감하려고 했죠”

특히, 서지훈은 ‘어머니의 미움’과 ‘친구들의 무관심’에 중점을 두고 인물에 다가갔다. 시청자들에게 배준영이라는 아이의 안타까움을 더 명확하게 전달하고 싶은 배우로서의 욕심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막 연기를 시작한 신인배우로서 미움, 죄책감 등 복합적인 감정이 응집된 배준영을 표현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어려운 만큼 아쉬움도 커요. 시체를 발견해서 놀라는 모습이나 재판정에서의 표정을 많이 생각하고 연구해 봤어요. 그런데 제 머리 속에 있는 준영이를 더 잘 표현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제가 연기력이나 표현력이 아직 부족해서 생각만큼 표현을 못한 것 같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 점에서 감독님이나 시청자 분들께도 죄송한 마음이 커요”

하지만 그의 아쉬움과는 달리 많은 시청자들은 눈물을 흘리며 집을 뛰쳐나가던 배준영을 함께 마음 아파했고, 고서연에게 자신의 마음을 서툴게 표현하던 그의 순수함을 응원했다. 그 가운데, 결실을 이루지 못한 배준영의 사랑에 대해 아쉬워하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물론 서지훈 역시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라고 말하며 생각을 전했다.

“서연이와 준영이의 러브라인이 적극적으로 펼쳐졌다면 또 하나의 좋은 장면들이 탄생했을 수도 있겠지만, 이 드라마 장르의 특성상 감독님께서 러브라인을 줄이고 미스터리한 부분을 늘려서 작품의 몰입도를 높이는 게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요. 개인적인 욕심보다 작품이 먼저니까요”

배우 서지훈이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오훈 기자


이처럼 감독과 스태프 그리고 배우들의 작품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들이 모인 ‘솔로몬의 위증’은 학교폭력, 가정불화 등 현 시대를 관통하는 묵직한 메시지를 시청자들에게 던져주며 ‘웰메이드 드라마’로 자리매김했다. 서지훈 역시 작품에 임하는 배우로서 책임감을 느끼며 최선을 다했다. 다만, 신드롬에 가까웠던 tvN 드라마 ‘도깨비’와 동시간대 편성을 받은 것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는다.

“저는 이렇게 좋은 작품에 참여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그저 감사했어요. 배우로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계기였고요. 감독님께서도 이 드라마는 시청률만 보고 갈 작품은 아니라고 하시더라고요. 정말 좋은 작품이니까 나중에 언젠가 빛을 보는 날이 또 오지 않을까요?”



극중 배준영 만큼이나 자신 역시 평범한 사람일 뿐이라고 말하는 서지훈은 ‘시그널’에서의 인주시 여고생 성폭행 가해자 역할과 ‘전설의 셔틀’ 속 학교 짱 조태웅 역할을 어떻게 소화했나 싶을 정도로 실제 학창시절에서 그 흔한 에피소드조차 없다. 그야말로 평범 그 자체. 하지만 이러한 평범함을 서지훈은 자신의 무기로 활용하고 있다.

“‘시그널’의 장태진과 ‘솔로몬의 위증’ 배준영은 어떻게 보면 극과 극의 인물이에요. 그리고 실제 서지훈은 그 중간 지점에 있죠. 제가 생각해보지 못했던 인물들에 도전하면서 느끼는 즐거움이 꽤 커요”

영화 ‘파수꾼’ 속 박정민의 연기를 보고 배우가 되기로 결심했던 서지훈은 아직도 자신을 배우 서지훈이 아닌 ‘배우 지망생’ 서지훈으로 소개를 한다. 심지어 ‘솔로몬의 위증’에서는 주연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연기했는데도 말이다. 때문에 해보고 싶은 장르 역시 구분 짓지 않는다. 어떤 장르나 역할이든 그에게는 배움터이자 실습현장이기 때문이다.

“제가 ‘배우’라고 말할 수 있는 실력은 아닌 것 같아요. 그저 운이 많이 따랐다고 생각해요. 아직까지는 많이 배워야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어떤 작품이든 열심히 참여하면서 가르침을 얻고 싶어요. 당장은 불가능하겠지만 많은 역할을 접하면서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배우가 되고 싶고요. 일단 올해는 드라마 1편, 영화 1편을 하는 게 목표에요”

자칭 배우 지망생 서지훈과의 대화가 끝날 무렵 문득 ‘솔로몬의 위증’ 마지막 회에서 등장한 대사가 떠올랐다. ‘나는 겨울에 엄마를 잃었고, 겨울에 아빠를 잃었고, 겨울에 너를 잃었지만 그래도 내 세상에 봄이 오려고 날이 맑고 바람이 좋아’라는 극중 한지훈(장동윤 분)의 말처럼, 서지훈의 연기 행보에도 앞으로 따뜻한 볕이 내리쬐길 빌어본다.

/서경스타 이하나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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