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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 방문 北 대표단 헛걸음?

말레이 당국자 “오는 줄도 몰랐다”…사전 조율 안 된 듯

김정남 암살 사건을 ‘진화’하려고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28일 말레이시아를 방문했지만 말레이시아 정부는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말레이시아로서는 자국 공항에서 외국 국적자가 맹독성 신경가스로 피살된 주권침해를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인데다 발뺌과 생떼로 일관하는 북한을 용서하기 힘들다는 여론이 팽배하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수사 협조는 커녕 대표단을 불쑥 보내 시신을 인도해가겠다고 나서면서 말레이 내각의 반응도 냉대로 일관하는 모습이다.

말레이는 북한 대표단의 방문에 대해 사전에 충분히 조율된 방문이 아니었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아울러 올해 조기총선이라는 중요 행사를 앞두고 주권침해 사안을 정부·여당으로선 묵과하지 않을 기세다. 북한에 ‘저자세 외교’를 했다는 여론이 일게 되면 선거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이런 사정을 볼 때 북한 대표단의 말레이 방문이 헛걸음으로 끝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아흐마드 자히드 하미디 말레이시아 부총리는 전날 기자들을 만나 “우리나라의 법체계는 존중받아야 한다”면서 “현재 진행 중인 모든 수사절차가 확실히 종료돼야 (북한의) 요구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말레이 총리 다음 서열의 최고위급 관리의 이런 발언은 지금으로선 북한 대표단의 요구에 귀 기울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됐다.

말레이 당국자들은 북한 대표단의 일방적인 방문에도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다. 북한이 외교 루트를 거쳐 말레이에 알리기는 했을 것으로 보이나 ‘조율’ 절차는 거치지 않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사타시밤 수브라마니암 말레이시아 보건부 장관은 북한 대표단의 방문 계획을 알았느냐는 질문에 “신문에서 관련 뉴스를 봤을 뿐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말레이의 심상찮은 국내 정치 상황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말레이 집권여당연합 국민전선(BN)은 1957년 말레이시아 독립 이후 60년간 장기집권을 이어왔지만 최근 들어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와 측근들이 나랏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나집 총리는 2018년 중순으로 예정된 총선을 올해로 앞당겨 논란을 정면 돌파할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말레이 정부와 여당은 북한의 주권 침해성 범죄에 대해 외교적 해법보다는 진상규명에 주력해 지지율 회복에 활용할 공산이 커 보인다.

/김희원기자 heew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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