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엔지니어링과 대림산업이 잇따라 이란에서 대규모 공사를 수주함에 따라 국내 건설사들의 추가 수주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란은 천연가스와 원유 매장량이 각각 세계 1위와 4위에 달하는 자원 부국으로 국제사회의 경제제재가 해제되면서 ‘중동의 마지막 블루오션’으로 꼽히고 있다. 최근 국제유가도 회복세를 보이면서 정유·가스·석유화학 등 다양한 화공플랜트 공사가 잇따라 발주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지난 12일(현지시간) 따낸 3조8,000억여원 규모의 ‘이란 사우스파12 2단계 확장공사’ 프로젝트는 2005년 현대건설과 ‘이란 사우스파 4·5단계 가스처리시설 공사’에 함께 참여한 후 13년 만에 거둔 성과다.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가 해제된 후 국내 대형 건설사로는 최초로 체결한 본 계약이며 국내 건설사가 이란에서 수주한 공사 중 역대 최대 규모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란 현지에서 선제적으로 ‘밀착 영업’을 펼친 결과 이번 수주에 성공한 것으로 자평하고 있다. 이란 건설시장의 성장 잠재력에 주목하고 경제제재가 해제되기 전인 2015년 8월 이란 현지 사무소를 개설해 현지 발주처 및 협력사와 네트워크를 구축해온 것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이번 수주전에서 ‘시공자 금융주선(EPCF)’ 전략을 택한 것도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EPCF는 발주처에 공사비를 주고 향후 이자를 붙여 되돌려 받는 자금 조달 방식이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 등 한국 내 은행이 전체 자금의 85%가량을 조달하게 된다.
같은 날 대림산업도 지난해 말 낙찰통지서(LOA)를 받은 이란 이스파한 오일 정유회사(EORC)의 이스파한 정유공장 개선 공사 계약을 체결하며 수주를 확정했다. 계약 금액 2조2,334억원의 이 사업은 이스파한 지역에서 가동 중인 정유공장에 추가 설비를 짓는 공사다.
대림산업은 지난해 5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란 방문 당시 19억달러 규모의 박티하리 수력발전소 사업 가계약도 체결한 바 있으며 올해 하반기 중 본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당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이스파한-아와즈 연결 철도건설 사업(약 53억달러)도 최종 수주를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림산업은 1988년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다른 기업들이 모두 이란 시장에서 철수할 때도 잔여 공사 마무리를 위해 이란 사무소를 유지할 정도로 이란과 높은 신뢰관계를 지속하고 있다.
손태홍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대엔지니어링의 이번 수주는 정책금융 쪽의 지원이 상당히 많았기 때문에 가능한 측면이 있다”면서 “국내 건설사들이 기업 본연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고 사업의 수익성이 좋다면 앞으로도 정책금융 지원이 가능할 것이며 우리 기업들의 추가 수주가 가능하다는 신호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 이란과의 관계가 삐걱거리고 있고 이란 정부가 재정 부족을 이유로 공사 발주시 자금 조달을 함께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이란 시장 진출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기업별로 이란 시장의 가능성이나 주변국과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판단할 때 대이란 전략을 어떻게 가져갈지는 조금씩 차이가 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란 시장 프로젝트 조사를 하다가 발을 빼는 기업도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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