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은 28일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7차전에서 시리아를 1대0으로 누르고 귀중한 승점 3을 챙겼다. 그러나 행운의 승리라고 해도 될 만큼 경기내용은 여전히 실망스러웠다. 중국 원정 사상 첫 패배를 당했던 6차전을 기점으로 감독 경질여론이 극에 달한 가운데 슈틸리케호는 이날도 3만300여명의 홈관중 앞에서 답답한 축구를 계속했다. 국제축구연맹(FIFA)랭킹 95위(한국은 40위)의 시리아가 7년에 걸친 내전 탓에 홈경기를 중립지역에서 치러야 할 정도로 열악한 사정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홈에서의 1점 차 승리는 더욱 씁쓸하다. 이번 최종예선에서 돌풍을 일으키고는 있지만 시리아는 월드컵 본선은커녕 아시안컵 조별리그도 통과해본 적 없는 약체다.
월드컵 본선 직행 마지노선인 2위를 지켰지만 3위 우즈베키스탄에 1점, 4위 시리아에 2점 차로 쫓기고 있던 한국은 일단 한숨은 돌렸다. 승점 13(4승1무2패)으로 2위를 유지한 한국은 오는 6월13일부터 카타르(원정), 이란(홈), 우즈베키스탄(원정)전으로 이어지는 3경기를 남기고 있다.
감독 교체 등을 포함한 극약 처방을 고심하는 데 3개월 가까운 시간은 짧은 것만도 아니다. 지금의 경기력으로는 월드컵에 나가도 걱정이기 때문이다. 전통의 강호 네덜란드는 불가리아전 0대2 완패로 월드컵 유럽예선 조 4위까지 떨어지자 지난 27일 곧바로 다니 블린트 감독을 경질했다. 그 후 21세 이하 대표팀 사령탑에게 지휘봉을 맡기며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2014년 9월 부임한 슈틸리케 감독은 2년6개월간 대표팀을 지휘하고 있다. 그러나 “소속팀에서 출전기회를 얻지 못하는 선수는 선발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스스로 저버린 선수 기용, ‘플랜B’가 없는 단순한 전술, 허술한 선수단 장악력 등의 한계가 경기를 거듭할수록 노출되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는 그동안 고집해온 4-2-3-1 전술 대신 공격적인 4-1-4-1 카드를 내밀어 전에 없던 유연성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따라 황희찬이 원톱 스트라이커를 맡고 중국전에 경고누적으로 결장했던 손흥민과 중동리그에서 뛰는 남태희가 좌우 날개에 섰다.
출발은 좋았다. 코너킥에 이은 문전혼전 상황을 수비수 홍정호가 골로 마무리했다. 전반 4분이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선제골을 허용하자 ‘선 수비-후 역습’의 예상을 뒤엎고 적극적인 공세에 나선 시리아에 거의 주도권을 뺏겼다. 누누이 지적돼온 플랜B 전술의 부재 탓이었다. 한국은 후반 들어 시리아에 결정적인 찬스를 내주기도 했는데 골키퍼 권순태의 얼굴에 막히는 위험천만한 장면이 연출됐다. 후반 추가시간에는 1대1 상황에서 골대가 한국을 구했다. 권순태의 머리를 통과한 슈팅이 크로스바에 걸렸다. 이 두 장면에서 행운이 따르지 않았다면 한국이 지는 경기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 중반부터 황희찬을 이정협으로, 구자철을 황의조로 교체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이정협은 중국전에 선발로 기용했다가 실패한 카드이고 K리그 2부리그에서 올 시즌 득점이 없는 황의조는 선발될 때부터 논란이 많았다.
한국은 홈경기임에도 볼 점유율에서 55대45로 근소한 우세를 지켰을 뿐이고 슈팅을 10개(유효슈팅 4개)나 내줬다. 파울을 12개나 범해야 할 정도로 버거운 경기였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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