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인 가구를 타깃으로 하는 임대주택 시장에 비해 시장 규모는 크지 않지만 프리미엄 주택에 대한 관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한국의 프리미엄 주택 시장에 투자하는 외국계 투자자들이 증가하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이미 해외 시장에서 프리미엄 주택 시장의 가능성을 확인한 외국계 투자자들은 한국의 경제 규모와 생활 수준 등을 고려했을 때 오피스나 리테일 등 다른 부동산 자산에 비해 낙후되어 있는 주거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청담동 129번지 일대에 위치한 ‘엘루이 호텔’을 최고급 주거시설 ‘더 팬트하우스 청담’으로 개발하는 사업에는 외국계투자자가 투자자로 나선다. 더 팬트하우스 청담은 지하 6층~지상 20층 규모로 공급면적 기준 △402.94㎡ 2가구 △583.3㎡ 2가구 등 총 29가구의 프리미엄 주택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최고층 펜타하우스의 분양가는 180억원, 나머지 가구의 분양가는 70억~110억원 수준이다. 더 팬트하우스 청담은 톱스타 부부인 장동건·고소영씨가 이미 계약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이 사업의 경우 처음부터 타깃 수요자층을 공략하기 위해 30가구 미만으로 사업계획을 세웠다.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라 공동주택을 30가구 이상 공급할 시에는 청약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타깃 수요자를 확보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10년 이상 도심 속 흉물로 방치되고 있는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한진 베르시움’도 고급 주거시설로 다시 태어날 예정인데, 투자자는 홍콩계 부동산투자회사다. 이 회사는 중국·싱가포르 등에서 고급 주거 시설을 개발하고 운영한 경험을 살려 서울 도심에서도 핵심 지역에 위치한 한진 베르시움을 미국 뉴욕이나 영국 런던 등에서 볼 수 있는 최고급 주거 시설로 개발할 계획이다.
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이르면 이달 중순에 매각 작업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는 용산구 이태원동 22-34번지 일원에 위치한 옛 유엔사 부지도 고급 주거 시설로 개발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유엔사 부지에 관심을 갖고 있는 한 외국계 투자자는 “용산은 서울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는데다 강남을 비롯해 다른 지역으로의 접근성이 좋고 인근에 공원도 있어 고급 주거 시설이 들어서기에 알맞은 위치”라며 “다른 나라의 경우를 보더라도 고급 주거 시장은 전체적인 부동산 경기와 상관없이 늘 고정적인 수요가 있는 만큼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또 부동산 디벨로퍼인 엠디엠(MDM) 관계자는 “최근 해외 연기금으로부터 고급 주거 개발을 함께 추진하자는 제안을 여럿 받았다”고 밝혔다.
이처럼 외국계 투자자들이 프리미엄 주거 시장을 새로운 투자처로 눈여겨 보기 시작하면서 부동산자산운용업계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부동산자산운용 규모 기준 업계 1위인 이지스자산운용이 대표적이다. 이지스는 이미 더 팬트하우스 청담의 자산운용사로 참여하고 있다. 이지스는 더 팬트하우스 청담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프리미엄 주거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지스 관계자는 “주택 시장이 다변화되면서 프리미엄 주거 시설에 대한 수요도 생겨나고 있다”며 “그간 대형 건설사 위주로 공급된 주택들은 판매 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는데 프리미엄 주택일수록 사후 관리와 운영이 중요한 만큼 그런 부분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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