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3주기를 맞은 4월 15, 16일 양일간 서울·안산·목포 등 전국 곳곳에서 세월호를 기억하는 문화제가 이어졌다. 전국의 무대에 선 유가족들은 지난 3년을 반추하며 시민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공유했다.
△“길거리, 차 안에서도 네 생각… 약속 꼭 지킬게”
광화문광장 ‘세월호 기억문화제’를 위해 무대에 오른 故박성호 군의 누나 박보나씨는 무대에 올라 “21살이 된 너는 얼마나 더 멋있어졌을까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박 씨는 “길거리 곳곳에서 머리를 염색한 너, 멋진 옷을 차려 입고 여자친구 손을 잡고 걸어가는 너를 본다”며 “네 얼굴과 목소리가 흐릿해지면 너를 영영 잃을 것 같아서 무서워서, 잊어버리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 씨는 “진실을 밝혀주겠다는 약속을 아직 지키지 못했지만 계속해서 지치지 않고 힘내겠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짧은 순간이었지만 네가 내 동생이어서 너무 고마웠고 행복했다”며 “다시 만나면 영원히 함께 하자,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고 말해 객석이 온통 울음바다가 됐다.
△“우리는 모두 세월호 승선객…정부는 언제 퇴선시킬 것인가”
박 씨 다음으로 무대에 선 김성묵씨는 자신을 ‘생존자 김성묵’이 아닌 세월호에 승선한 한 사람“이라고 소개한 후 “2014년 4월 16일 아침, 어디에도 구조의 손길은 없었고 그 기다림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며 세월호 참사 당시를 회상했다. 김 씨는 “한동안은 일하면서 내 삶을 찾아가기 위해 거의 약으로 버텼다”며 ”정신을 차리지 못 할 정도로 약을 독하게 먹으면서 악몽과 고통이 끝없이 반복되는 하루하루를 버텼지만 나아지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2년 가까운 시간을 외부와 단절한 채 숨어 지냈지만 결국 살아서 나온 이유를 찾아야 했고, 살아내야 했고, 이겨내야 했기에 사고 후 근 2년만에 용기를 내어 나오게 됐다”고 밝혔다.
김 씨는 이어 “아이들을 다시 볼 수 있는 용기를 얻은 지 이제 1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정부와 해수부는 퇴선하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며 “국민들은 촛불을 켜고 탈출을 위해 소리치고 있지만 정부와 해수부는 여전히 가만히 있으라 한다”고 지적했다. 힘겹게 말을 잇던 김 씨는 “3년 전 오늘, 저 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가 세월호에 승선하였고 헐벗은 대한민국의 민낯을 보았다”며 “(차기 정부는) 안전한 대한민국, 죽임을 당하지 않는 대한민국, 죽음을 선택당하지 않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진실 앞에 평등한 국민의 법을 만들어 달라”고 제언했다.
△“아들에게 줄 선물은 ‘진실’ 뿐… 단순추모 넘어 ‘진상규명’까지”
15일 목포 평화광장 발언대에 선 5반 故김건우 학생 아버지 김광배씨는 “지금은 모두 저 하늘의 별이 되었지만 단원고에는 네 명의 건우가 있었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김 씨는 “많은 분들이 저희 엄마아빠에게 마음이 어떠시냐고 묻는데 여러분들은 마음이 어떠시냐”고 질문했다. 객석은 일순 숙연해졌고 참석한 300여명의 시민들은 엄숙한 표정으로 김 씨를 바라봤다. 김 씨는 “저희 엄마아빠는 (거치된 세월호를 보며) 저렇게 누더기가 된 저 배 안에서 그 짧은 열 일곱 생을 마감했는가 되뇌었다”고 전했다. 이어 ”배 안에는 우리 아들 딸들의 친구 네 녀석과 두 분의 선생님, 그리고 권재근님과 아들 권혁규 이영숙님이 계신다“며 ”손톱 한 조각, 머리카락 하나라도 찾고 싶은 게 우리 부모들 마음“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 씨는 세월호 인양과정을 회상하며 진상규명의 과제를 조목조목 짚었다. “텐덤 리프팅 방식을 제안한 네덜란드 ‘스미트’가 기술평가 1위를 했는데 왜 정부는 플로팅독 공법을 제안한 상하이샐비지를 선택했는지, 가장 적은 입찰금액을 냈기 때문인지 따져 묻겠다”고 지적했다. 또 “대법원에서 김경일 123정 정장의 형량을 1년 감형한 이유는 2시간 동안 한 번도 세월호와 교신하지 않고 단 하나의 구명벌도 사용하지 않은 해경 수뇌부에도 책임 있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 씨는 ”저희가 주장하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의 핵심은 ‘구할 수 있었지만 구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진상규명을 위해 애써달라고 요청했다. “시민 여러분, 기억하겠다고, 잊지 않겠다고 약속하셨죠. 우리 아이들 그 약속 믿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분노하지 않고는 단순한 추모로 끝날지 모릅니다. 여러분들의 분노 속에 모든 힘이 모이고 마침내 세월호 참사의 진실이 밝혀질 겁니다.”
/목포=신다은기자 down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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