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사태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미국의 대북 초강경 메시지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북한을 향해 “지금껏 전 세계가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강경한 발언으로 충격파를 던진 데 이어 이튿날인 9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가세해 공격을 이어갔다. 매티스 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북한은 정권의 종말과 국민의 파멸을 이끌 어떤 행동도 고려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며 “북한은 자신을 스스로 고립하는 일을 멈추고 핵무기 추구를 그만두는 길을 선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어 “동맹국들의 합동 군사력은 지구 상에서 가장 정확하고 잘 훈련되고 튼튼한 방어력과 공격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북한은 주목해야 한다”며 “북한의 (군사) 행동은 우리의 행동에 의해 계속 극도로 압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성명은 트럼프 대통령이 ‘화염과 분노’ 발언으로 북한을 자극하고, 북한 역시 즉각 ‘괌 포위사격 검토’로 맞대응하는 등 긴장 국면이 고조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일각에선 성명을 통해 자신들의 전쟁 억지력을 강조해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전날 ‘화염과 분노’ 발언으로 촉발된 긴장감을 완화하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한편, 평소 매티스 장관이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재앙’이라며 군사적 옵션은 배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꾸준히 견지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날 성명 속 ‘정권 종말’, ‘국민 파멸’ 등의 문구는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CNN은 “매티스 장관은 그동안 줄곧 북핵 문제를 외교로 해결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해왔다”며 이날 성명의 수위에 주목했다.
북한이 가장 격렬한 반응을 보이는 ‘정권 종말’을 군 최고 수뇌부 성명에서 직접 언급해 긴장 국면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북한은 매티스 장관의 성명이 나온 지 약 4시간 뒤 화성-12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4발로 괌을 포위 사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일촉즉발의 대치 상황 속에서 한쪽에선 어르고, 한쪽에선 달래는 백악관과 행정부의 엇박자가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시각도 있다. 아시아 방문 뒤 귀국길에 오른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9일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발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김정은이 외교적 언어를 이해하지 못해 알아듣는 말로 전달한 것이며, 괌을 포함해 미국 영토에 대한 임박한 위협은 없다고 단언했다.
이에 영국 일간 가디언은 “틸러슨 장관이 귀국하기 위해 비행기 안에 있었던 바로 그 시간에, 트럼프 대통령은 또다시 트위터에 ‘미국의 핵무기는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는 메시지를 올렸다”면서 “트럼프 집무실이 즉흥적 선언을 하고 고위 관리들이 급하게 개입해 톤다운하는 시도는 트럼프 행정부 취임 후 6개월간 계속 반복됐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성윤지인턴기자 yoonj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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