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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소외감에 불안감 느낀다는 금융권

정영현 금융부 차장





지난 5월 장미 대선 끝에 새 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이 훌쩍 지났다. 과거에 늘 그랬듯이 새 정부 출범 직후는 부산하다. 대선 기간 밝혔던 공약의 구체적인 실행을 맡을 새 일꾼을 뽑아야 하고 지난 정권의 적폐도 청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가기관이나 공기관 조직은 물론 민간 기업도 새 정권의 방향을 읽어내기 위해 촉을 세우고 로드맵을 그리느라 분주하다. 하지만 봄이 가고 여름마저 가려는 현시점까지 여전히 갈피를 못 잡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금융권이다.

대통령 취임 후 여러 부처의 주요 인사가 일사천리로 단행됐다. 캠프 시절부터 미리 그려놓은 큰 그림에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유독 금융당국의 수장인 금융위원장 인사는 후순위로 밀렸다. 새 금융위원장이 확정되지 않은 사이 대통령은 미국까지 다녀왔다. 게다가 대통령 방미길 동반자 명단에 금융권 주요 인사가 단 한 사람도 포함되지 않자 금융권에서는 아무래도 새 정부가 금융에 도통 관심이 없는 것 같다는 목소리가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다행히 대통령이 미국에서 돌아온 직후 최종구 전 수출입은행장을 금융위원장으로 지명하면서 금융권에서는 ‘드디어 인사의 물꼬가 트이는구나’ 하는 기대감이 생겼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었다. 다시 인사의 문은 닫혀버렸다. 양대 국책은행 중 한 곳인 수출입은행은 3월 취임한 신임 은행장을 4개월 만에 금융위원장으로 내준 후 빠른 후속 인사를 기대했지만 감감무소식이어서 주요 업무에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와의 혼연일체를 강조해온 금융감독원 역시 금융위원장 인사에 이어 금감원장 등 핵심 임원 인사가 줄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금융위원장 취임 후 한 달이 넘도록 무소식에 모두가 그저 대기 상태다. 금감원 인사가 단행되지 않으니 금융위 역시 손발을 맞춰야 할 상대를 알 수 없어 업무에 속도를 못 내고 있다. 이러다 ‘단풍 인사’가 되는 것 아니냐는 한숨까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금융 공기업과 민간 금융회사에도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당국의 정책 방향과 큰 그림을 알 수 없으니 자체 인사에 손을 못 댈 뿐 아니라 구체적인 경영 계획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금융권에서는 정부가 단지 금융에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라 금융에 대해 잘 몰라 이러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의 목소리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이에 더해 만약 정말 정부가 금융을 잘 모른다면 결국 시장과 정부의 소통 부재로 금융회사들이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호소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현재 금융시장에서는 ‘속도’가 매우 중요하다. 핀테크, 즉 정보기술(IT)과의 결합이 대세가 된 후 변화에 잠깐만 뒤처져도 도태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1분 1초가 아깝다는 것이 요즘 금융권의 분위기다. 국내뿐 아니라 금융의 해외 경쟁력을 논할 때도 속도의 중요성은 마찬가지다. 국내와 마찬가지로 해외에서도 시계는 빠르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은 새 정부 들어 계속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 이래놓고 나중에 큰일이 터지거나 금융의 세계 경쟁력을 따지는 때가 오면 또 금융시장 참여자만 탓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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