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고급 유기농식품 브랜드 홀푸드의 식품 가격을 전격 인하하기로 했다. 아마존이 전자책 분야에서도 사용했던 ‘선(先) 시장점유율 확대, 후(後) 이익창출’ 전략을 식품 분야에도 적용하겠다는 뜻으로 월마트 등 오프라인 마트가 동네 서점들과 같은 위기를 겪게 될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2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아마존은 홀푸드 인수합병(M&A)이 완료되는 오는 28일을 기점으로 홀푸드에서 판매되는 일부 식료품 가격을 내리겠다고 이날 발표했다. 전날 미 경쟁당국인 연방무역위원회(FTC)가 M&A를 허가한 데 따른 결정이다. 제프 윌케 아마존 소비자사업 부문 최고경영자(CEO)는 “건강한 유기농 식품을 모두가 저렴한 가격으로 먹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아마존의 이번 발표를 “별로 놀랍지 않은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홀푸드의 시장 영향력을 늘리는 데 ‘가격 인하’만큼 파급력이 큰 카드는 없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에서 홀푸드 제품은 품질은 좋지만 가격이 경쟁업계 평균보다 15%나 비싸 ‘고급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이는 홀푸드의 식료품 시장 점유율(1.2%)이 경쟁사인 월마트(26%)에 크게 밀리는 이유로 지적돼왔다.
시장에서는 아마존의 가격 인하 전략에 대해 “올 것이 왔다”며 이번 조치가 식료품 유통업체 간 출혈경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을 제기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월마트·타깃·크로거 등 주요 유통업체들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이미 ‘최저가 경쟁’으로 단련된 유통기업들과의 가격 인하 전쟁은 전자책 분야와 다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 경제전문 방송 CNBC는 “아마존의 가격 인하 결정이 홀푸드의 시장 영향력을 빠르게 늘릴 수는 있겠지만 식료품 시장의 모습을 크게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아마존은 자사 프리미엄 회원제인 ‘아마존 프라임’을 연계해 프라임 회원이 홀푸드에서 상품을 구매할 때마다 적립금을 주고 아마존 인터넷쇼핑몰에서 홀푸드의 자체브랜드(PB)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홀푸드의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한 다각적인 전략을 내놓았다. 배송에는 기존 아마존 유통 시스템인 프라임나우 등을 이용해 신속 서비스를 제공하고 홀푸드 오프라인 매장에는 온라인에서 주문한 물건을 수령할 수 있는 사물함도 설치한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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