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은 빅 게임 피처(Big game pitcher)다.”
로스앤젤레스 다저스가 피츠버그를 5대2로 누른 25일(한국시간). 경기 후 취재진을 만난 데이브 로버츠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감독은 류현진(30·다저스)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소속 선수의 활약을 칭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이날은 조금 특별했다. 리치 힐이 8이닝 퍼펙트, 9이닝 노히트 노런을 찍고도 연장 10회에 끝내기 홈런을 맞은 바로 다음날 경기였다.
로버츠 감독은 “어제 힐이 던지는 모습을 봤을 것이다. 오늘 류현진은 공격적으로 투구했다”며 “(왼손 투수에 강한) 오른손 타자가 많은 팀을 상대로 아주 효율적인 투구를 했다. 커맨드(공을 원하는 곳에 꽂아 넣는 능력)가 좋았다”고 설명했다. 아웃 카운트 18개 중 땅볼 아웃을 12개나 유도한 데 대해서는 “공을 계속 낮게 제구했다. 오른손 타자에게 던지는 커터를 장착하면서 더 효과적인 모습을 보여줬고 체인지업과 커브도 잘 들어갔다”고 했다. 그러면서 “류현진은 경쟁심 있는 선수다. 힐의 어제 투구를 보면서 따라가려고 집중했다. 누가 뭐래도 류현진은 빅 게임 피처”라고 덧붙였다.
힐은 류현진과 포스트시즌(PS) 선발 한 자리를 다투는 경쟁자 중 한 명이다. 그런 힐의 압도적인 피칭을 눈앞에서 본 류현진은 이에 질세라 노련한 투구로 경쟁력을 입증했다. 전날의 허무한 패배 탓에 자칫 연패로 빠질 수 있는 분위기에서 흐름을 끊어준 류현진의 호투가 로버츠 감독으로서는 어느 때보다 반가웠을 것이다. 메이저리그 전체 승률 1위(0.714) 팀 다저스는 시즌 90승(36패)에 선착했다. 구단 역사상 최단 기간(126경기) 90승 안착 신기록이다.
이날 류현진은 6이닝 4피안타 2볼넷 2탈삼진 1실점으로 18일 만에 시즌 5승(6패)을 달성했다. 시즌 다섯 번째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 평균자책점은 3.45에서 3.34로 좋아졌다. 93개의 공(스트라이크 55개)을 던졌는데 구심의 좁은 스트라이크존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1대0으로 앞선 2회 2사 뒤 볼넷과 연속 안타로 1점을 내줬을 뿐 장타는 허용하지 않았다. 후반기 6경기에서 2승무패 평균자책점 1.54로 신바람을 내고 있는데 후반기 평균자책점만 보면 내셔널리그에서 두 번째로 안정적이다. 보내기 번트와 우전 안타로 타석에서도 제 몫을 해낸 류현진은 3대1로 앞선 7회 2사 1루에서 대타로 교체됐다.
“큰 경기에 강한 선수”라는 감독의 믿음은 PS 선발 경쟁을 벌이는 류현진에게 큰 힘이 된다. 커쇼와 다르빗슈 유, 알렉스 우드까지 3명은 확정적인 다저스는 마지막 한자리를 놓고 류현진과 힐, 마에다 겐타, 브랜던 매카시를 경쟁시키고 있다. 힐이 가장 유력하지만 커터와 커브의 완성도가 날로 높아지는 류현진이 지금 같은 안정감을 유지한다면 승부는 또 모른다. 다저스는 류현진이 선발 등판한 후반기 6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거뒀다.
한편 올해의 재기상 후보에 발을 걸친 수준이던 류현진은 꽤 경쟁력 있는 후보 중 한 명으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시즌 14승을 올린 유력 후보 잭 그레인키(애리조나)가 이달 들어 4경기 1승2패 평균자책점 5.01로 주춤대는 것도 류현진의 연이은 호투를 돋보이게 한다. 지는 법을 잊은 다저스 신드롬 또한 류현진에게 유리할 수 있다. 또 다른 후보 에릭 테임즈(밀워키)는 타격 하락세가 뚜렷한 상황. 올해의 재기상은 시즌 뒤 기자단 투표로 주인공을 뽑는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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