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징역 5년을 선고 받은 데 대해 외신들은 한국의 정경유착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일제히 지적하면서도 이 부회장의 부재에 따른 삼성전자의 장기 경영 공백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25일 이 부회장의 재판 결과를 일제히 속보로 타전했다. AP통신은 “억만장자인 삼성 후계자가 뇌물 등 혐의에 대해 유죄 선고를 받았다”며 “이 부회장이 자신의 야심을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전달하려 한 것이 공공의 분노를 촉발했다”고 진단했다. AP통신은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전달된 뇌물은 ‘삼성 제국’의 경영권을 강화하려는 의도였다고 꼬집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번 재판은 한국의 정경유착을 드러내는 의미가 있다고 해석했다. WSJ는 “삼성은 한국에서 가장 큰 재벌”이라며 “재벌은 한국을 가난에서 건져내는 데 일조했다고 평가되지만 최근에는 사법부와 행정부로부터 호의적 대우를 받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고 전했다.
일부 언론은 이번 사태로 드러난 이 부회장의 리더십 문제를 비판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재판 과정에서 이 부회장 측이 뇌물을 증여한 증거가 없다고 주장한 사실은 “이 부회장이 똑똑한 수완가인지, 저자세로 (경영에서) 손을 뗀 순진무구한 관리자인지를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공여했다면 ‘똑똑한 수완가’이지만 상속세를 회피한 책임이 있으며 설사 개입하지 않았더라도 그저 ‘순진무구한 관리자’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건희 회장이 지난 2014년 쓰러진 후 회사를 지휘해온 이 부회장이 실형을 선고 받으면서 삼성전자의 리더십 공백이 장기화하는 데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블룸버그통신은 “삼성의 명백한 계승자인 이 부회장이 이번 판결로 타격을 입었다”며 “이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짚었다.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는 “만약 이 부회장이 상소심에서도 패소해 5년 형기를 복역하게 되면 삼성그룹 경영에 얼마간의 불확실성이 생기게 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CNBC는 이번 재판이 단기적으로 삼성전자의 경영에 큰 악영향을 줄 것으로는 보지 않았으며 이 부회장의 징역이 최종 확정되면 소규모 위원회로 구성된 임시 경영진이 꾸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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