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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경찰 상영말라"...소송 나서는 대림동 中동포들

"범죄도시 등 영화에서 부정 묘사"

공동대책위, 법적대응 추진

중국동포사회 첫 집단 움직임

지난 18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역 12번 출구 앞에서 외국인자율방범대원들과 경찰이 야간 방범활동을 하고 있다./송은석기자




“영화가 끝나고 한 청년이 ‘조선족 X 같네’라고 하는 걸 들었습니다. 그때 사람들의 눈길을 피해야 하는 존재가 됐다는 걸 느꼈습니다.”

중국동포 단체들이 국내 중국동포사회와 중국동포 밀집 거주지역인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을 왜곡 묘사했다며 영화 ‘청년경찰’과 ‘범죄도시’ 상영금지가처분 소송을 내기로 했다. 중국동포 단체들이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자신들을 부정적으로 그렸다며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동포 단체 30여개로 구성된 ‘중국동포·다문화·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한국영화 바로 세우기 범국민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27일 “지난 9일 개봉한 영화 청년경찰로 인해 중국동포 사회뿐 아니라 대림동 등 지역사회가 들끓고 있다”며 “아무리 영화라고 해도 특정집단을 범죄조직으로 매도하는 것은 상영 금지해야 하는 중대한 문제”라고 밝혔다. ★본지 8월26일자 12면 참조

중국동포 단체가 영화 속 부정적인 묘사를 문제 삼으며 공동행동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공대위는 “영화 청년경찰은 중국동포를 10대 여성 인신매매조직으로, 대림동을 경찰도 들어오지 못하는 지역으로 묘사하는데 이는 엄연히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 2010년 개봉한 영화 ‘황해’와 2012년작인 ‘신세계’ 등 영화와 미디어에서 중국동포를 폭력적으로 비추고 희화화하는 등 문제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용선 중국동포한마음회 회장은 “앞선 영화들은 한국에 잠깐 들어오는 동포들을 다뤘기 때문에 참고 넘길 수 있었다”며 “하지만 청년경찰은 한국에 자리 잡은 중국동포사회와 실제 있는 지역을 직접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대림동을 배경으로 중국동포 범죄조직을 다룬 영화 ‘범죄도시’가 개봉예정이라 중국동포의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동포사회와 지역을 부정적으로 그리는 영화가 연이어 상영되면 경제적·심리적 피해뿐 아니라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옥선 CK여성위원회 명예회장은 “영화 특성상 픽션이 들어갈 수는 있다”며 “하지만 없던 일이 사실인 것처럼 일반 시민들이 받아들이고 있어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동포들뿐 아니라 한국인 주민들도 지역 이미지가 훼손되고 상권이 죽어가는 현실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대위는 국내 법무법인 두 곳의 도움을 받아 상영금지가처분 소송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또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서명운동을 진행해 이번 영화로 불거진 이미지 훼손 문제를 공론화하기로 했다. 언론 간담회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 등으로 영화와 다른 실제 모습을 적극 알린다는 계획도 밝혔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번 소송은 중국동포들이 한국사회에서 겪는 다양한 문제들을 드러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소수집단 혹은 사회적 약자를 상업적 흥행 도구로 삼았을 때 법원이 어떤 판단을 할 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두형기자 mcdj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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