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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논단] 대북정책, 보수·진보 서로 역할 분담해야

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동아대 석좌교수

北의 핵 포기·中 역할 기대 어려워

보수, 전술핵 재배치 등 주장하고

진보는 온건론으로 정세 안정 촉구

이데올로기 뛰어넘어 실리 도모를

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




문재인 정부가 당면한 가장 어려운 정책과제는 대북정책이다. 우리 대북정책은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잣대이며 사회적 갈등의 원인이기도 하다. 동시에 대북정책은 ‘채찍’과 ‘당근’을 적절하게 사용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 이런 상황에서 대북정책 추진에 있어 보수와 진보가 서로 역할을 분담해 보완할 수 있다면 대내적 사회통합과 대북 문제에 대한 슬기로운 대처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위기 과정에서 한 가지 분명해진 사실은 북한이 체제 자체의 모순으로 인해 스스로 붕괴되지 않는 한, 핵무기 개발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북한이 핵에 집착하는 것은 한국과 비교해 경제력이 현저하게 열세인 현실에서 재래식 무기보다는 핵무기 개발을 통해 군사적 우위를 확보해야만 자신의 생존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북한은 핵무기를 최후의 생존수단으로 여기기 때문에 한미동맹이 건재한 상황에서 북한 자신의 파멸을 가져올 핵무기에 의한 선제공격을 감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번에도 북한은 ‘괌 폭격’을 암시했으나 이를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다. 이와 더불어, 우리는 이번 사태를 통해 한반도 통일에 대한 중국의 입장도 분명히 알게 됐다. 세계 제2의 정치 및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은 동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견제하는 데 외교력을 집중하고 있기에 중국은 원유공급 중단과 같이 북한 경제를 마비시킬 수 있는 조치를 취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의 선택지는 무엇인가. 그 첫 번째는 한미동맹을 확고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북한이 한국에 대해 핵을 사용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한미연합군에 의한 보복이 두렵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북한 핵과 미사일에 맞서기 위해 우리 스스로 힘을 기르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최근 문재인 정부가 미사일에 탑재하는 탄두의 무게 제한을 없애고 장기간 잠수가 가능한 핵잠수함 도입 문제를 미국과 협의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핵을 핵으로 맞서기 위해서는 현재 야당이 주장하는 전술핵을 다시 한국에 배치하고 이의 사용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같이 양국이 공동으로 결정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핵에 대한 유일한 대응은 핵’이라는 것은 이미 역사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미국·러시아·중국 등 세계 강대국들이 모두 핵무기를 보유했기 때문이며 역사적으로 오랜 기간 적대 관계인 인도와 파키스탄 간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것 역시 양국이 공히 핵무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원자폭탄을 개발한 로버트 오펜하이머에게 노벨평화상을 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사태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또 하나의 교훈은 북한 핵에 맞서는 우리의 능력을 키움과 동시에, 북한의 선제공격이 없는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을 일방적으로 공격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한반도에서의 재앙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북한 핵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될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에 한편으로 핵과 미사일에 대한 우리의 대응능력을 제고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정치지도자의 판단실수로 예기치 않은 불행한 상태가 발생하는 것도 방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보수와 진보세력이 대북정책에서 각기 ‘나쁜 경찰(bad cop)’과 ‘좋은 경찰(good cop)’의 역할을 분담하는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보수세력은 전술핵 재배치 등 강경론을 전개하고 진보세력은 북한을 지나치게 자극해 한반도 정세가 위험수위에 이르게 하지 말 것을 국내외 정치지도자들에게 촉구하는 온건론을 펼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은 대북정책에서 이념을 초월해 오로지 실리와 국익 차원에서 보수와 진보의 주장을 적절히 혼합시키는 지혜를 발휘한다면 난마처럼 얽힌 북한 핵 문제도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서상목 동아대 석좌교수·전 보건복지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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