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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기획:모비딕②] 짧고 굵은 ‘숏터뷰’에 관한 모든 것 (인터뷰)

질문은 거침없고 형식은 자유롭다. ‘초밀착 인터뷰’라고 했더니 진짜 카메라를 얼굴 가까이 들이밀지 않나, 이제 막 라면을 입에 넣은 표창원 위원에게 “정치계에 입문 안하신다고 그랬다가 갑자기 입문하신 건 왜?”라며 사과를 요구하기도 한다. 이재명 성남시장에게는 ‘악플’을 읽어보라 권하기도 하며, 태권도 국가대표 이대훈 선수에 겁 없이 도전장을 던졌다가 ‘99:0’으로 통한의 패배를 당하기도 했다.

거침없음과 뻔뻔함, 그리고 기분이 상하기 직전 치고 빠질 줄 아는 ‘양세형의 숏터뷰’(이하 ‘숏터뷰’)는 SBS 모비딕을 대표하는 콘텐츠 중 하나이다. 지난해 6월 SBS의 모바일 콘텐츠 브랜드 모비딕의 론칭과 함께 시작한 ‘숏터뷰’는 ‘생명이 짧은 모바일계 장수 프로그램으로 꼽히고 있다.

사진=‘양세형의 숏터뷰’ 캡처




‘숏터뷰’가 꾸준하게 사랑을 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짧고 간단하게 즐기기 원하는 모바일 콘텐츠 시장에 최적화 된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숏터뷰’라는 제목처럼 프로그램은 길어봤자 10분 내외, 하지만 그 안에 담긴 ‘B급 개그’와 날카롭고 묵직한 질문은 ‘짧고 굵음’을 원하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한 것이다. 민감하기에 쉽사리 물어보지 못하는 질문들을 ‘숏터뷰’는 아무렇지도 않게 해낸다. 물론 이로 인해 양세형의 무릎이 한없이 가벼워지기는 하지만 말이다.

1회 국회의원 표창원을 시작으로 개그우먼 박나래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태권도선수 이대훈까지 ‘숏터뷰’의 섭외 대상은 연예, 정치, 스포츠, 사회 기타 등등 영역을 가리지 않는다. 이는 인터뷰 형식 또한 마찬가지다. ‘초밀착 인터뷰’ ‘어부바 인터뷰’ ‘자율학습 인터뷰’ 등 고정관념을 깨고 인터뷰 대상에 최적화 된 인터뷰 형식은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신선함을 추구하는 모바일 콘텐츠에 맞춰 ‘새로운 재미와 의미’를 전해주며 사랑 받고 있는 ‘숏터뷰’ 소형석 PD를 만나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Q. ‘숏터뷰’를 기획하게 된 계기가 무엇이냐

“우리나라에 없는 톤을 가진 프로그램을 원했다. 영미권의 토크쇼의 경우 탈권위적인 재미가 있는데 국내에서는 쉽게 찾아보기도 어렵고 시도하기도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누가 진행을 하면 좋을까 살펴보다가 재능이 많은 코미디언 양세형에게 요청을 했고, 흔쾌히 오케이 해 주었다. 모바일 콘텐츠 자체가 짧은 것을 지향하는데다, 지상파에 비해 자유로운 만큼 여러 가지로 결이 맞겠다 싶어서 시도하게 됐다. 저 혼자 한 것도 아니고 모두 같이 아이디어를 내서 함께 만들어 나갔다.”

Q. 독특하면서도 재미있다. ‘개그에 목숨 걸지 말라’라는 댓글이 달릴 정도로 편집의 수위 는 거침이 없으며, 사람들의 구미를 자극하는 ‘병맛 코드’도 가득 담겨 있다. 보기에는 쉽고 간단하지만, 이를 기획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저희는 사실 굉장히 이성적이면서도 계산적인 프로그램이다. 짧은 시간 안에 완전히 소비될 수 있는 콘텐츠를 지향하기에, 최대한 ‘엣지’를 살려야만 한다. 단순하게 ‘재미있는가’만 따지는 것이 아니라 ‘이 행동에 의미가 있는가’도 동시에 생각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상당히 귀납적으로 기획을 짜며, 촬영을 할 때도 이 같은 질문들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도록 분위기 조성에도 상당히 신경을 쓴다.”

Q. 편집에도 공을 많이 들일 것 같다. 자막도 독특하고…특별히 신경 쓰는 지점이 있는가.

“가장 필요한 것만 남겨놓는 편집을 추구하고 있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핵심을 보는 것이지만, 촬영에서는 인사를 하고, 고민과 필요한 이야기를 하기까지 이야기가 오간다. 하지만 짧은 시간 강렬함을 남기기 위해 이 같은 과정을 과감하게 드러내는 것이다. 이로 인해 편집 단계에서 시간이 많이 든다. 특히 후반 작업에서 많은 부분들을 계산하는데,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극적 장치나 대상자의 인터뷰를 계속 배치할 경우 어떤 효과를 불러올 것인가, 만약 앞에서 웃지 않을 경우 반드시 여기에서 터질 수 있도록 하는 정교한 장치를 만드는 것이다.”

사진=‘양세형의 숏터뷰’ 캡처


Q. ‘숏터뷰’가 이렇게까지 치열하게 계산돼 나온 프로그램인지 몰랐다.

“우리도 살아남아야 하지 않겠느냐.(웃음)”

Q. 그렇다면 ‘초밀착 인터뷰’와 같은 인터뷰 형식은 어디서 가져오느냐. 특별하게 영감을 받는 곳이 있는가.

“일단 모니터를 많이 하는 편이다. 해외에서 잘 나간다는 콘텐츠들은 기본이고, 코미디 프로그램 등을 많이 본다. 신조어나 이런 부분을 알기 위해 온라인 게시판도 종종 본다.”

Q. 재미는 좋지만, 자칫 잘못하면 민감한 사안에 대해 ‘수위’를 넘길 수 있다는 부담도 있을 것 같다.

“방송 수위와 관련해 내부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최대한 제작진으로서 잘 판단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저희가 사용하는 자유로운 수위는 ‘딱딱한 권위’를 깨기 위한 것이지, 비속어라든지 저급한 재미를 따르겠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인기를 위해,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는 것들을 굳이 사용해 가면서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지 않다.”



Q. ‘숏터뷰’가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다. PD로서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단순히 웃기려고만 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에서 등장하는 ‘B급 코드’가 ‘의미 있는 장치’라는 정체성을 유지하기 때문인 것 같다. 의미가 사라진 웃음코드는 허탈함을 안길 수밖에 없다. 재미와 의미, 두 가지 지점을 최대한 가져가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시청자들이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복선을 계속 깔아놓고 있으며, 이와 동시에 대사나 장치들을 가지고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Q. 섭외 기준이 있다면?

“‘시의성’을 살펴본다. 2주에 한 번씩 촬영을 하고 있는데, ‘지금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사람’, 그 지점을 가져가고 있다.”

Q. 섭외 비결을 들려 달라.

“‘사전 작업’을 많이 하는 편이다. 콘셉트를 잡기 위해 이야기들을 많이 나눌 뿐 아니라, 때로는 섭외를 위해 몇 개월 전부터 계속 이야기를 나눈 적도 있다.”

Q. 요즘은 ‘숏터뷰’가 사랑을 받으면서 독특한 인터뷰 형식을 받아드리는 이들이 많지만, 초반에는 이로 인해 사과와 사정설명을 많이 했을 것 같다.

“당연하다. 편집만 그럴 뿐, 저희가 현장에서 그렇게까지 되바라지게 행동하지는 않는다. 인터뷰가 시작되기에 앞서, 재미를 추구하지만 단순히 웃기는 것이 아닌 신마다 의미와 상징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을 드린다. 재미를 추구하지만 모든 것에서는 의미가 있다. 그래서 현장에서 조율을 하기도 하며, 또 양세형이 촬영을 들어 가기 앞서 재미만을 위해서 한 것은 아니라고 굉장히 친절하게 설명을 해 준다. 그래도 지금은 형식이나 취지에 많이들 알고와 주셔서, 어떻게 하는지 기대하시는 분들도 많으시다.”

Q. 특별히 원하는 게스트가 있는가.

“종교인 분들을 꼭 모시고 싶다. 내용도 있는 동시에 재미도 줄 수 있다고 본다. 명망가 분들도 접촉을 하고 있는데, 사실 쉽지는 않다. 스님들이나 신부님이나, 성직자 등 좋은 말씀을 해 주시는 분들이 많은데, 핸드폰이 없는 분들도 많으셔서 연락이 잘 안 된다. 현재 계획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성탄절 때 스님을 게스트로 초청하고, 반대로 부처님 오신 날 신부나 목사를 초성해서 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Q. 시청자들에게 전해주지 못한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없는가.

“없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재밌는 것은 분량에 다 썼다. 촬영 시간도 길지 않고, 분량에 대한 제약이 없다보니 정말 ‘털털’ 털어서 다 보여드리고 있다.”

Q. 에피소드가 없다면, 기억에 남는 ‘숏터뷰’를 꼽아 달라.

“하나하나가 다 기억에 남는데…굳이 하나를 꼽자면 봄 개편 당시 SBS 본부장(예능, 시사교양, 보도, 드라마) 네 분을 인터뷰 한 적이 있었다. 사실 저도 쉽게 다가갈 수 없는 분들이 본부장들인데, 봄 개편과 관련해 질문을 하면서 평소 하고 싶었던 질문을 은근슬쩍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뭘 말하고 싶었냐고? 노코멘트 하겠다. 양세형씨도 재미있어했고, 다들 부담스러우면서도 또 평소에 하지 못했던 것을 막 할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Q. ‘숏터뷰’가 모비딕과 더불어 1주년이 지났다. 지나온 시간만큼 앞으로의 시간에 대해서 여러 가지 고민들이 많이 있을 것 같다.

“저희끼리는 하는 말이 있다. 오래 해 먹자고.(웃음) 그러기 위해서 계속 고민 중에 있다. 새로운 형식과 포맷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피드백을 나누며 민감하게 반응고자 노력하고 있다. 대중은 어떤 지점에 지루함을 느끼고, 또 어떤 부분에 재미를 느끼는지 파악하고, 그 의견들을 계속 반영하면서 나아가고자 하고 있다.”

/서경스타 금빛나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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