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올 2·4분기 경제가 3.0% ‘깜짝’ 성장률을 기록하며 지난 2015년 1·4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자동차 등 내구재에 대한 개인들의 소비지출이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완연한 회복 신호로 해석된다. 다만 허리케인 ‘하비’로 정유시설과 석유화학 공장들이 심각한 피해를 입으면서 3·4분기 성장률은 다소 떨어질 것으로 보여 연내 금리 인상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30일(현지시간) 미 상무부는 2·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전 분기 대비, 연율 환산) 잠정치가 3.0%를 기록해 지난달 발표된 속보치 2.6%보다 높아졌다고 밝혔다. 개인소비지출(PCE)과 연방정부 지출이 늘어난 게 성장률 추가 상승을 이끌었다고 덧붙였다. 시장 전망치인 2.7%와 지난달 상무부가 발표한 속보치 2.6%를 훌쩍 뛰어넘는 결과다.
그동안 고용시장에서 이뤄졌던 호조와 정부지출이 소비심리를 자극해 경제성장을 이끌고 있다는 사실이 지표로 확인되며 금리 인상 시점을 조율 중인 연준의 움직임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허리케인 하비가 단기적으로 3·4분기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연준의 결정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허리케인 하비의 영향으로 미국의 3·4분기 경제성장률이 0.2%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씨티그룹도 하비가 같은 기간 경제성장률을 0.1%포인트가량 끌어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금까지 엑손모빌의 베이타운 정유시설, 로열더치셸의 휴스턴 정유시설 등 미 정유시설의 16.5%가 폐쇄됐으며 미국의 일평균 정유량은 1,800만배럴에서 1,500만배럴 수준으로 떨어졌다. 게다가 석유 부산물로 생필품의 원료를 만드는 석유화학 공장들마저 가동을 멈춰 미 제조업계 전반으로 생산 차질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미 석유화학시장 정보제공 업체인 ICIS의 모니터링에 따르면 플라스틱을 만드는 에틸렌 생산량이 21일 이후 37% 급감했다. 버티컬리서치파트너스의 케빈 매카시 애널리스트는 “언제쯤 다시 (석유화학 공장의) 가동이 시작될지 모르겠다”며 “몇 주에서 몇 달이 걸릴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연준이 하비에 따른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지역 경제에 투자와 건설활동 등을 위한 자금이 충분히 공급돼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 섣불리 금리 인상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네덜란드 투자금융 업체인 ING는 “둔화된 3·4분기 미국 경제성장의 연쇄반응으로 연준이 올해 다시 금리를 올리지 않을 수 있다”고 발표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텍사스 남부도시 코퍼스크리스티를 찾아 허리케인 피해 상황을 보고받고 대책을 논의했다. 그러나 ‘재난극복 리더십’을 강조하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현장방문은 동행한 멜라니아 여사의 신발 논란으로 빛이 바랬다. 백악관에서 전용기를 탑승하러 가는 길에 굽이 높고 얇은 ‘스틸레토힐’을 신은 모습이 상심한 주민들을 만나러 가는 차림에는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멜라니아 여사는 코퍼스크리스티에 도착한 뒤 비판을 의식한 듯 스틸레토힐 대신 흰색 운동화로 갈아신었다.
/연유진기자 economicu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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