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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사라' 소설가 마광수 숨져

자택서 유서 발견

5일 오후 숨진 채 발견된 소설가 마광수씨. 사진은 지난 2010년 4월 연극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즐거운 사라’ 등의 작품으로 한국 사회의 엄숙주의를 조롱하며 외설성을 문학계 담론의 한 복판으로 끌어들였던 소설가 마광수씨가 5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향년 66세.

연세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하기도 했던 마 작가가 이날 오후12시51분께 자택인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의 한 아파트에서 숨져 있는 것을 가족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현장에서는 자신의 유산을 가족에게 넘긴다는 내용과 시신 처리를 그 가족에게 맡긴다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됐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마 전 교수가 목을 맨 채 숨진 점으로 미뤄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자세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시인으로 처음 등단했던 마 작가는 지난 1989년 첫 장편소설인 ‘권태’를 내놓았다. 이후 ‘즐거운 사라’ ‘자궁 속으로’ ‘귀족’ ‘불안’ ‘사랑의 학교’ 등의 소설집과 ‘가자 장미여관으로’ ‘야하디 얄라숑’ 등의 시집,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등의 수필집을 잇달아 발표했다.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즐거운 사라’는 1992년 ‘건전한 성(性) 의식을 심각하게 왜곡하는 음란물’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판매 금지 도서로 지목되고 마 작가는 당시 재직 중이던 연세대 교수직에서 해직되는 등 많은 고초를 겪었다.



사면·복권을 받고 학교로 돌아간 뒤에도 일부 동료 교수들로부터 냉대를 받았고 이후 우울증을 달고 살았다. 마 작가는 해직과 복직·휴직을 반복한 연세대에서 지난해 8월 정년 퇴임했다.

엄숙주의에 사로잡힌 한국 문단에서 도발적인 성 담론을 주도하며 세간의 관심을 모은 마 작가는 독자의 마음을 뒤흔든 어록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인생에 별 기대를 걸지 마라. 과도한 기대는 과도한 절망을 가져온다”며 “허무주의를 삶의 지표로 삼아라. 어려움과 고난이 닥쳐오더라도 어느 정도 견뎌낼 수 있다”는 말을 남겼다. 그는 또 “야한 본성에 충실하라. 야한 마음이란 도덕보다 본능에, 정신보다 육체에, 아가페적 사랑보다 에로스적 사랑에, 질서보다 자유에, 전체보다 개인에, 검약보다 사치에 가치를 매기는 믿음”이라고 설파하기도 했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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