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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록 농림 "쌀값 현실화 땐 예산 수兆 절감...농정개혁 추동력 될 것"

[서경이 만난 사람]

쌀 80㎏ 올 15만원대로 올리고 내년부터 공급량 25만톤 억제

한미FTA 개정 땐 소고기 등 농축산부문 美에 요구할 것 많아

염해 절대농지에 태양광 허용, 신재생에너지 확대 힘 보탤 것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장관/권욱기자




“쌀값을 올리는 게 농정개혁의 시발점입니다.” 단호한 한마디였다. 우리에게 쌀은 ‘고르디우스의 매듭’ 같은 존재다. 무엇보다 보호가 먼저인 식량안보의 중심축이자 우리 사회에서 힘이 가장 약한 이들이 종사하고 있는 산업이다. 자유무역의 선두에 선 우리나라가 개방의 압력을 관세화 유예라는 임시방편으로 20년간 막아놓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막대하게 밀려드는 의무수입 쌀 탓에 공급 과잉으로 몸살을 앓고 이로 인한 쌀값 폭락의 부담이 고스란히 농민에게 돌아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얽히고설켜 누구도 풀기 어려운 문제. 하지만 지난 15일 서울경제신문이 서울 여의도 집무실에서 만난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해결법은 간명했다. 첫 번째 단추는 올해 계획된 시장 격리다. 그는 “쌀값을 올리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해야 시장도 반응한다”며 올해 추수 시기 초과공급물량 이상의 쌀을 사들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김 장관은 “내년부터 강도 높은 쌀 생산조정제도를 도입해 오는 2019년까지 벼 재배면적 10만㏊를 감축할 계획”이라며 “수요와 공급이 맞아떨어지면 쌀 변동직불금이 줄게 되고 절감된 예산으로 농업 분야에 고루 투자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우여곡절 끝에 살충제 계란 파동을 마무리 지었지만 조류인플루엔자(AI) 등 국민 먹거리 안전과 쌀 문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등 골치 아픈 현안을 여전히 손에 쥐고 있는 김 장관을 만나 우리 농정이 가야 할 길을 물었다.

/대담=이철균 경제부장 fusioncj@sedaily.com

김 장관은 최근 올 수확기 쌀값을 최소 15만원대까지 밀어올릴 방도를 찾고 있다. 9월 현재 산지 쌀값은 80㎏ 기준 13만원대다. 그는 “정부가 그동안 공급 초과량만 격리했는데 이 때문에 수요와 공급이 지금까지 맞지 않았다”며 “올해 최소 15만원대로 회복하고 내년에는 17만~18만원 수준까지 올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특히 쌀값을 밀어올린 뒤 내년부터 강력한 공급 억제책인 생산조정제도를 가동해 25만톤가량의 공급량을 줄이겠다는 게 그의 계획다.

김 장관은 “당장 비용이 들어가긴 하지만 쌀값이 올라가면서 변동직불금이 적게 들고 격리 수매로 인한 양곡관리 비용도 줄어들면서 정부 예산도 절감할 수 있다”며 “이를 활용해 공익형 직불제 확대, 밭작물 재배 지원, 동물복지형 축산 도입 등 농정의 구조개편을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생산된 쌀에 지불된 변동직불금은 1조4,000억원, 정부 재고분 관리비는 2,527억원이었다. 쌀 관련 투입예산만 5조7,000억원으로 전체 농림예산의 39% 수준에 달한다.

식량원조협약(FAC) 가입도 추진하고 있다. 2018년 국산 쌀 5만톤가량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김 장관은 “우리나라가 주요 식량 공여국으로 발돋움함으로써 국제적 위상이 제고될 수 있고 국내 쌀 수급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초입에 들어선 한미 FTA 개정을 놓고는 강한 대응을 예고했다. 김 장관은 미국이 지난달 있었던 공동위원회 특별회기에서 농산물 관세 즉시 철폐를 요구한 것을 놓고 “즉시 대응할 필요도, 의미를 부여할 필요도 없다”며 “공동조사하고 평가를 해서 개정협상을 하자는 게 정부의 방침”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그는 “농업 부문 무역적자가 61억달러로 우리 돈으로 7조원가량에 달한다”며 “(개정협상이 시작되면) 우리가 요구할 게 많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특히 쇠고기 문제를 꼬집었다. 그는 “쇠고기 관세 철폐 기한이 2026년인데 관세 0%로 철폐하는 것은 재협상을 해야 한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안 하겠다고는 했지만 일본과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결과를 보면 쇠고기 관세는 9%”라고 지적했다. 김 장관은 이어 “세이프가드 문제도 발동하기 어렵게 돼 있다. 국내 농업 보호를 피부로 느끼는 데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먹거리 안전에 관련한 제도 개선도 김 장관이 최근 힘 쏟고 있는 분야 중 하나다. 특히 ‘농피아’ 논란까지 불러온 살충제 계란 파동의 뒷수습에 여념이 없었다. 김 장관은 “친환경 인증기관과의 유착 얘기가 많았는데 그 개연성을 줄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고 있다”며 “인증기관 재평가를 통해 부실기관 퇴출을 유도하고 정부의 관리·감독도 강화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개혁도 예고했다. 김 장관은 “퇴직자에게 공무원윤리법에 준하는 기준을 적용해 재취업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방안을 농관원 노조가 자발적으로 마련하고 있다”며 “국민이 믿고 신뢰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농산물 안전관리 시스템을 식품의약안전처로 일원화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김 장관은 “생산 단계에서 안전 문제를 분리해낼 수 있는 게 아니다. 어느 한쪽이 다 맡는 것은 이중 체크가 안 되는 문제가 있다”며 “제도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그 제도를 운영하면서 제대로 안 했던 게 문제다. 안전 문제는 조그마한 누수도, 빈틈도 없이 하겠다”고 말했다.

개막을 앞둔 평창동계올림픽 기간에 AI가 창궐하지 않도록 대비책도 분주히 마련하고 있다. 김 장관은 “9월부터 모든 농장에서 사전점검을 하고 있고 10월부터는 AI가 발생한 것과 똑같은 단계인 ‘심각’ 단계에 준해 방역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며 “모든 농가에 대한 담당 공무원 실명제를 통해 업무 태만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농가의 도덕 불감증 해결을 위한 폐쇄회로(CCTV) 설치 의무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 장관은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소독과 방역을 철저히 해야 하기 때문에 CCTV 설치하고 전실 설치로 들고 날 때 소독하도록 하려는데 농가가 부담스러워 한다”며 “CCTV 설치의 경우 의무화하도록 법을 개정 중이다. 지방자치단체와도 협조해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AI가 토착화된 것은 아니다. 철새가 날아오는 중국 등의 영향이 상당히 크다”며 “다만 토착화했다는 정도로 대비해야 하는 게 우리의 여건”이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정책인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힘을 보태겠다는 의지도 나타냈다. 그렇다고 절대농지를 무분별하게 풀 계획은 없다는 점도 밝혔다. 김 장관은 “(절대농지의) 염해 피해지역이나 농업진흥지역 밖의 한계농지 등에는 제한적으로 태양광 설치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해줘야 한다”면서도 “그렇다고 절대농지를 무차별적으로 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태양광의 경우도 “농민들의 일정한 참여가 있어야 한다. 또 일반 진흥지역에 허용해주는 것은 농업의 근본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대기업의 농업 진출에 대해서는 우려의 시각을 나타냈다. 김 장관은 “농업이 자생적인 힘을 갖고 농어민이 농업법인을 만들어 규모화하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찬성이지만 어느 날 대기업이 뚝 떨어져서 산업화하는 것은 순수한 의미의 발전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산업화는 농업인 스스로 뭉쳐진 조직화 형태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축산 계열화 사업도 대기업이 투자할 수 있지만 농업은 경쟁원리만 가지고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리=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사진=권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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