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북핵 몰이’로 인한 지지율 반전 속에 중의원 해산 및 조기총선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지통신은 17일 아베 총리가 오는 28일 임시국회를 소집하자마자 중의원을 해산하고 다음달 하순 총선을 실시할 의향을 굳혔다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이 같은 조기총선 방침을 여당인 자민당 간부에게 전달했으며 북한 정세 등 추이를 봐가면서 조만간 최종 결단을 내릴 계획이다. 민진·사민·자유당 등 야당 관계자들도 “정국 상황이 급변했다”며 이날로 예정된 영수회동을 급거 취소하고 중의원 해산 대응에 우선하기로 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지난 10일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 11일에는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과 야마구치 나쓰오 공명당 대표, 15일에 다시 니카이 간사장 등 여권 핵심관계자들과 만나 중의원 해산과 조기총선 의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중의원 임기는 내년 12월까지로 중의원이 해산될 경우 40일 이내에 선거를 시행해야 한다. 여당 관계자들은 중의원선거 일정에 대해 10월10일 공시, 10월29일 투개표 또는 10월17일 공시, 10월29일 투개표가 유력하다고 전망했다.
아베 총리가 연내 중의원 해산 및 총선 카드를 꺼내 든 것은 북한의 잇따른 핵·미사일 도발로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는데다 야권의 이합집산 움직임에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8~11일 여론조사 결과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한 달 전보다 5.2%포인트 증가한 41.8%로 나타났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도 36.7%로 3개월 만에 지지한다는 응답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지통신 여론조사에서 아베 지지율이 40%대를 회복한 것은 6월(45.1%) 이후 3개월 만이다. 부인 아키에 여사가 연루된 사학 스캔들에 직격탄을 맞으며 7월 지지율이 29.9%까지 추락해 여당 내에서도 퇴진론이 불거졌던 점을 고려하면 급반전이다.
특히 7월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압승한 고이케 유리코 도쿄지사 측의 신당 창당 움직임이 조기총선론에 힘을 보탰다. 이미 고이케 지사 측은 자민당 탈당파인 와카사 마사루 의원을 중심으로 연내 신당 창당을 목표로 세력을 규합하고 있다.
고이케 지사의 신당이 출범하고 민진당 등 야권과 ‘반 아베 전선’을 구축할 경우 자민당이 차기 중의원선거에서 참패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 민진당 등과 맞붙게 되는 조기총선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주요 근거가 된 셈이다. 다케시타 와타루 자민당 총무회장은 16일 지방의 한 강연장에서 중의원 해산과 관련해 “최종적으로는 아베 총리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달렸다”면서도 “(결단이) 그렇게 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모든 의원이 갖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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