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정책의 주무장관으로서 기업들을 독려하는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철강·조선 등 다른 주력산업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호황인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가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 달라고 한 점은 이해할 만하다. 중국 등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백 장관의 인식에도 공감한다.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기업이 우리와의 기술력 격차를 급속히 줄이며 추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아쉬운 대목이 하나 있다. 기업에 이런저런 요청만 했지 정작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규제 완화 등에 대한 의지는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날 기업들이 전달한 애로사항에 대해 백 장관이 별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해결책을 모색한다고 했지만 미덥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동안 대통령이나 장관들이 기업인을 만날 때마다 경영여건을 개선해주겠다고 수없이 약속했는데도 별반 나아진 게 없다.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 덩어리는 여전하다.
무엇보다 새 정부 들어 부자증세, 법인세 인상 등 대기업을 겨냥한 정책이 더 심해지고 있다. 낡은 규제도 모자라 새 잣대를 들이대며 기업을 옥죄는 판이다. 공정위가 도입을 검토 중인 기업분할명령제가 대표적이다. 이런 실정인데 정부가 기업에 지속적인 투자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라고 하는 것은 염치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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