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조명균 통일부 장관 주재로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를 열고 유엔아동기금(UNICEF)과 세계식량계획(WFP)의 북한 모자보건·영양지원 사업에 남북협력기금에서 800만 달러를 공여하는 방안을 심의·의결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첫 대북지원이다.
다만 구체적인 지원 시기는 이번 회의에서 결정되지 않았다. 통일부는 “실제 지원 시기와 규모는 남북관계 상황 등 전반적인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대내외 여론이 악화한 상태에서 지원 시기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타협안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앞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가 채택된 지 이틀 만에 이 같은 대북 지원안을 발표해 논란을 낳았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15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지원 시점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정부의 이 같은 결정이 기존의 입장과 모순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앞서 정부는 ‘인도지원은 정치적 상황과 관계없이 추진한다’는 기존의 원칙과 유엔 대북제재로 타격을 입게 될 영유아·임산부에 대한 지원이 시급하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해왔다.
카린 훌쇼프 유니세프 동아시아 및 태평양 지역사무소장도 이날 성명에서 “현재 약 20만명의 어린이들은 급성영양장애, 점차 증가하는 사망위험 및 발육지체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북한 어린이에 대한 지원을 호소했으나 통일부 당국자는 “인도적 지원은 순수하게 인도적 고려에서 추진돼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다”는 입장만을 되풀이했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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