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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②]‘분장’ 남연우, “관객들이 무서웠다...내 인생의 은인 조진웅 선배를 만나기 전까진”

중고등학교 시절 비보이로 활동 하던 중, 비보이가 필요한 독립영화에 출연하면서 영화 매체에 뛰어든 배우 남연우. 그는 “조진웅 배우가 인생의 은인이다”고 말했다.

연영과와 체대 모두 열어놓고 대입을 준비했지만 입시에 모두 떨어졌다. 그 뒤 바로 군 입대를 한 남연우는 군복무를 마쳤고 대학로에서 넌버벌 퍼포먼스 ‘점프’ 뮤지컬 ‘밟아밟아’ 등에 출연했다. 특별히 배우지 않아도 ‘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즐겁게 무대 공연을 하던 어느 날 관객이 무서워졌다고 했다. 마치 “너 배워야하지 않아. 아무것도 모르잖아란 눈빛으로 쳐다보는 것 같았다”고 했다. 그때 부산에서 활동하가 서울에서 한 첫 작품으로 관객을 만난 선배가 바로 조진웅이었다. 조진웅은 후배에게 대학 입학을 추천했다.

영화 ‘분장’ 감독 겸 배우 남연우 /사진=지수진 기자




“너무 두려워서 진웅이 형에게 자문을 구했어요. 당시 형이 영화 ‘비열한 거리’ 촬영하실 때 라 무척 바쁠 때였는데 저에게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유학을 가면 좋은데, 형편이 안 되면 쉬면서 연기 수업을 배워보는 게 좋겠다’고 했어요. 마침 한예종 연극원 접수기간이라 진웅이 형이 독백을 봐주시겠다고 해서 실기 지도를 제대로 받았어요. 정말 은인이죠. 합격자 발표 날에 정말 감사하다고 했어요. ”

배우로서 자신감을 갖게 된 남연우는 이후 ‘가시꽃’(2012)으로 제1회 들꽃영화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후 ‘그 밤의 술맛’(2014)에서 감독 겸 배우로 나선 데 이어 ‘분장’을 통해 첫 장편을 선보이게 됐다.

지난 27일 개봉한 ‘분장’(제작: 이야기秀CUT(이야기수컷)│제공: ㈜콘텐츠판다│배급/마케팅: 무브먼트 .MOVement )은 무명 연극배우 오송준(남연우 분)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성 소수자 연극 ‘다크라이프’ 주연배우로 캐스팅이 된 이후 겉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지는 모습을 담았다.

작품은 극중극 연극 ‘다크라이프’ 주인공에 도전하는 송준(남연우 분)의 이야기와 친동생 송혁(안성민 분)과 송준의 오랜친구 우재(한명수 분)와 연관된 현실 속 이야기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여기에 송준이 이해한다고 믿는 새로운 친구 트랜스 젠더 이나(홍정호 분), ‘다크라이프’ 조연출 소민(양조아 분)이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감을 발휘한다.

조진웅이 배우로서 자신감을 갖게 해준 은인이라면, ‘분장’에서 연극 연출가로 등장하는 대학 한예종 재학시절 은사인 최용진 교수는 ‘연기를 더 즐겁게 할 수 있게 만들어준 감사한 은인’이다. 최용진 교수는 “배우는 인간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탐구하는 사람”이란 걸 알려줬다고 한다. 제자 남연우는 좋은 스승님 때문에 ‘마음으로 인간을 이해하는 배우’가 됐다.

“선후배들은 매번 바뀌었다고 들었는데, 제가 다니던 시절엔 한예종이 담임제로 커리큘럼이 진했됐어요. 최용진 선생님, 그 분을 만난게 천운이었어요. ‘분장’이란 시나리오를 쓰는 것도 그렇고 연기를 더 즐겁게 할 수 있었던 계기 역시 다 선생님 때문이었어요. 보통 어떤 선생님들은 이 분위기 혹은 상황을 중점으로 작품을 이해라라고 하는데, 최용진 선생님께서는 인물의 논리를 쫓아가는 수업을 계속 했어요. 어떤 시나리오를 받아도 이유가 정확하게 하는 연기 훈련을 시켜주셨어요 시나리오 쓸 때도 ‘인물들의 논리를 따라가자’란 생각을 많이했어요. 다 선생님 덕분이죠.”

남연우는 “많이 준비하고 작업하는 것에 큰 행복을 느끼는 배우”이다. 주로 단편영화나 독립영화 쪽에 출연하는 이유에 대해 묻자 “천천히 가자는 생각이 큰 것 같다”고 답했다.





“매번 영화사 쪽에 프로필을 돌리고 있어요. 그렇게 스무군데 이상 돌리면 두번 정도 오디션 기회가 떨어져요. 소속사가 없는 배우인 제가 볼 수 있는 건 이미지 단역인거죠. 그렇게 해서 상업영화 이미지 단역을 해 나간 적이 있는데 그 현장이 즐겁지 않았어요. 역할의 크고 작음의 문제가 아니었어요. 작은 분량의 역할도 전 그 인물의 역사를 만들어가거든요. 현장에선 최대한 즐겁게 만들어가고 싶기 때문에 더욱 그런데, 막상 촬영하면서는 어떤 살아있는 인물이란 생각이 안 들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아직은 단편영화가 훨씬 재미있어요. 극을 끌고 가면서 제가 더 넓어지는 것 같고, 또 다른 인간을 이해하게 되는 점이 좋아요.”

남연우의 뚝심이 돋보이는 지점은 “연기를 너무 사랑하지만 선택을 기다려야만 한다”며 특별한 액션을 취하지 않는 배우들과는 다르다는 점. 그는 “마냥 기다리기 보다는 내가 직접시나리오를 쓰고, 연출을 해서 판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그를 전적으로 이끌어주고 밀어주는 사람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밀어주는 사람이 없어서 이 순간이 가능했던 것”이란 그의 말이 더욱 설득력 있게 들린다.

“스스로 배우로서 장점이나 매력이 뛰어나지 않다고 생각해요. 좋은 감독의 시나리오를 받아서 연기 할 수 있다면 좋죠. 연기가 너무 하고 싶은데 콜이 안 들어온다고 그저 기다릴 수 만은 없잖아요. 상업 영화를 해도 그 끝은 항상 공허함이었어요. 게다가 내 주변엔 너무 좋은 배우들이 많았어요. 이들과 같이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럼 찍어야겠다란 생각이 들었던 거죠.”

영화 ‘분장’ 감독 겸 배우 남연우 /사진=지수진 기자


남연우는 원래 걱정이 많고 소심한 성격이라고 한다. 그렇기에 영화 ‘분장’의 선장으로서 스스로를 더욱 채찍질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다시 돌아가도 이 선택을 했을 것이다” 며 “전혀 후회 없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생각도 다시금 하게 됐다”고 소감을 털어놨다.

“아무것도 없이 뛰어들었어요. 그 와중에 제가 선택했던 건 하나 하나 기한을 정한 것이었어요. 언제까지 시나리오를 쓰겠다고 스스로 정하는거죠. 이걸로 끝나는 게 아니죠. 시나리오를 쓰고 나서는 더 두려움이 찾아와요. 이걸 찍는 게 맞는가?란 의문이 계속 들어오는거죠. 배우들이랑 리허설을 하는 순간에도 이걸 진짜 찍어야 하나? 잘 안 나오면 어떡하지? 두려움은 끝이 없이 밀려와요. 그 두려움을 없애는 방법은 장비를 렌탈 하고, 날짜를 정해서 한 컷 한 컷 찍어나가는거죠. 그러니까 이게 진행이 되더라구요. 그런 선택을 하는데 가장 컸던 건 ‘이걸 안한다고 해서 달라질 게 없다’ 란 생각이죠.”

남연우는 “인물이 할법한 행동을 정확하게 연기하자”는 소신을 지닌 배우다. 좋은 소설의 활자같이 정확한 연기를 하고자 했고, 인물에 대해 토론이 펼쳐지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의 바람은 영화 ‘분장’ 속에서 천천히 빛을 발하고 있다.

한편, 남연우, 안성민, 홍정호, 한명수, 양조아 등이 출연하는 영화 ‘분장’은 열악한 상영 조건에도 불구하고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 개봉일인 27일에 대비 28일 5배에 가까운 관객수를 기록하며 흥행 역주행 스타트를 끊었다.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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