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암살 관련 기밀문서 수천여 건이 다음 주 공개된다. 이번 정보 공개는 지난 1992년 제정된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기록수집법’이 관련 문서 공개 시한을 2017년 10월 26일로 규정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케네디 전 대통령의 암살 배후를 둘러싼 미스터리가 54년만에 풀릴 지 주목된다. 케네디 암살이 리 하비 오스왈드의 단행 범행이 아니라 구 소련의 정보기관 KGB, 미국 CIA, 마약 조직 카르텔, 쿠바 정부 등이 배후라는 주장이 끊이질 않고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트위터에서 “대통령으로서 오랫동안 차단된 채 기밀로 분류됐던 JFK(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이니셜) 파일들의 개봉을 허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일부 문서가 미국의 정보 활동 내용을 포함하고 있을 수 있다는 정부 내 우려 때문에 전면 공개가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문서 공개의 범위를 대폭 넓히겠다는 의사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선 전면 공개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해 대선 당시 참모로 활약했던 핵심 측근 로저 스톤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련 정보의 일부를 비공개하는 것보다는 모든 문서를 일단 투명하게 공개하는 게 낫다고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국가안보회의(NSC) 등 안보 당국은 여전히 일부 문서가 현재 정보당국의 활동과 작전을 노출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트럼프 대통령이 기한 마감 직전 일부를 공개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 미국 국가기록원은 문서 공개가 다음 주로 임박함에 따라 막판 준비 작업에 힘을 쏟고 있다.
케네디 전 대통령 암살 관련 기밀문서 공개가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케네디 전 대통령이 사후에도 미국인의 사랑과 관심을 받아온데다 암살 배경 등을 놓고 여러 음모론이 끊이지 않아 왔다는 점에서 문서 공개 이후 새로운 논란이 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미국인들 대다수는 케네디 암살이 오즈월드의 단독 범행이라는 정부 발표를 믿지 않았다. 서거 50주년이었던 지난 2013년 발표된 갤럽 여론조사에서도 여전히 60%가 ‘단독 범행이 아니라 거대한 배후가 있다’고 응답했을 정도였다. 케네디 전 대통령은 지난 1963년 11월 22일 텍사스주 댈러스 시내에서 카퍼레이드를 벌이던 도중 암살범 오스왈드의 흉탄에 절명했다. 더구나 1968년 대통령 당선이 유력했던 케네디 대통령의 동생인 로버트 케네디 전 법무장관마저 민주당 유세 기간 중 암살당한 것도 음모론에 힘을 싣고 있다.
암살 배후로는 다양한 세력들이 거론되고 있다. 일단 군산복합체, 석유재벌 등 미국내 보수세력들이 반공주의가 투철했던 CIA와 손잡고 자유주의 성향의 케네디를 제거했다는 설이다. CIA는 쿠바 혁명 성공 후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을 암살할 계획을 세웠으나 케네디가 반대하는 데 대해 불만을 품고 있었다는 것이다. 군산복합체의 경우 베트남전 철군을 주장하는 케네디 전 대통령이 못마땅한 상황이었다.
케네디 대통령의 부인이었던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 여사의 경우 케네디 암살의 배후로 당시 부통령이었던 린든 존슨 전 대통령을 꼽았다고 한다. 당시 존슨 대통령은 부통령 시절 케네디 대통령의 베트남전 철군 방침에 반대했고 암살된 케네디의 인기를 등에 엎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아울러 쿠바 사태로 미국과 일촉즉발의 3차대전 위기를 빚은 소련 정부가 KGB에 암살을 지시했다는 설도 있다. 쿠바 지도자인 카스트로가 케네디 암살의 배후라는 설도 존재한다. 또 마피아 세력이 케네디 당선 전 마릴린 먼로와 관련된 스캔들을 무마하는데 도움을 줬는데도 케네디가 마약 조직 소탕이 나서자 일을 저질렀다는 음모론도 있다.
/정가람기자 gara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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