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처음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정규대회 CJ컵은 ‘대세’ 저스틴 토머스(24·미국)로 시작해 토머스로 끝났다. 이로써 ‘환상의 섬’ 제주에서의 릴레이 골프 빅매치의 첫 대회는 마침표를 찍고 이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SK핀크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이 바통을 이어받을 차례. CJ컵 개최지인 ‘세계 100대 코스(골프매거진 선정)’ 나인브릿지 골프장에 이어 한국 최초의 세계 100대 코스(골프 다이제스트 선정) 핀크스GC가 골프팬들을 맞이한다. 나란히 제주 서귀포시에 위치한 나인브릿지와 핀크스는 차로 10분 거리다.
22일 열린 더CJ컵@나인브릿지 최종 4라운드. 지난 시즌 PGA 투어 올해의 선수상을 받은 토머스는 이날 버디 4개, 보기 2개, 더블 보기 1개로 이븐파를 기록, 나흘 합계 9언더파 279타로 마친 뒤 두 번의 연장 끝에 초대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통산 7승째로 우승상금은 166만5,000달러(약 18억8,500만원). 7승 중 아시아에서 3승(2승은 말레이시아)을 챙겼다. 지난 시즌 5승을 쓸어담으며 상금왕에 올랐던 토머스는 2017-2018시즌 역시 세 번째 대회 만에 시즌 첫 우승을 거두며 탄탄대로를 달렸다.
18번홀(파5·568야드)에서 진행된 두 번째 연장. 세계 16위 마크 리슈먼(호주)의 두 번째 샷이 오른쪽 워터해저드에 빠지면서 승부가 기울었다. 토머스는 243야드 거리에서의 두 번째 샷을 그린 가까이 보낸 뒤 무난하게 버디를 잡았다. 리슈먼은 보기.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서 뛴 적 있는 리슈먼도 끈질긴 승부근성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연장 첫 홀에서 티샷을 오른쪽 돌담 너머로 보내고도 나무 사이를 비집는 아이언 샷으로 페어웨이에 떨어뜨린 뒤 파를 지켰다.
바람이 잔잔했던 첫날 9언더파를 몰아쳐 화제를 뿌렸던 토머스는 이튿날부터 대회장을 강타한 예측불허의 강풍을 잘 버텨냈다. 3라운드 12번홀(파5·598야드)에서 카트 도로의 도움을 받기는 했어도 드라이버 샷으로 무려 461야드를 날리는 등 진기명기도 여럿 남겼다. 토머스는 178㎝ 66㎏의 크지 않은 체구로도 ‘까치발 드라이버 샷’으로 괴력의 장타를 날린다. 4라운드 정규 18번홀에서는 236야드 거리의 두 번째 샷을 핀 3m 안쪽에 붙여 탄성을 자아냈다. 함께 출전한 한국의 젊은 선수들은 “같은 프로선수지만 토머스는 정말 말도 안 되게 친다”며 혀를 내둘렀다.
경기 후 토머스는 “트로피에 제 이름이 한글로 새겨지게 됐다. 한글로 이름 쓰는 법을 익히게 될 것 같아 흥미롭다”며 “변화무쌍한 바람에 퍼트 때도 애를 먹을 정도로 힘든 한 주였지만 특히 마지막 날 인내심을 가지고 차분하게 경기를 풀어낸 데 만족스럽다”고 했다.
이번 대회 출전 선수 78명 중 한국 선수는 17명이었다. 이중 김민휘(25)가 6언더파 단독 4위에 올라 자존심을 세웠다. 공동 5위로 최종 라운드를 출발한 김민휘는 버디 6개와 보기 4개, 더블 보기 1개를 적었다(이븐파). 김민휘는 PGA 2부 투어를 거쳐 2015년부터 PGA 투어에서 뛰고 있다. 아직 우승은 없지만 이번 대회에서 상금 44만4,000달러(약 5억원)를 벌었다. 안병훈은 4언더파 공동 11위에 올랐고, KPGA 투어 소속 중에서는 최진호의 4오버파 공동 36위가 최고 순위였다.
메이저대회에 버금가는 총상금 925만달러(약 104억7,500만원)를 내걸고 치러진 이번 대회는 전 세계 225개 국가·지역에 중계돼 약 10억명이 시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회장에는 마지막 날 약 1만3,500명을 포함 나흘간 약 3만5,000명의 갤러리가 찾았다. CJ컵의 열기는 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으로 이어진다. 상금 1위 이정은(21·토니모리)의 상금왕 확정이 걸린 이 대회는 오는 27일부터 사흘간 핀크스GC를 달군다. /서귀포=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