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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 ‘꾼’ 현빈 “아버지 연기 반대..‘중앙대 연극영화과’ 딜했다”

영화 ‘꾼’에서 치밀하게 판을 짠 배우 현빈이 자신의 연기 판을 새롭게 뒤집었다.

배우 현빈 /사진=쇼박스




반듯한 이미지의 현빈이 사기꾼으로 변신했다. 그것도 사기꾼에게 사기 치는 지능형 사기꾼이다. 22일 개봉하는 ‘꾼’(감독 장창원)은 사기꾼을 잡기 위해 뭉친 ‘사기꾼 잡는 사기꾼’들의 예측불가 팀플레이를 다룬 범죄오락영화.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 놓은 희대의 사기꾼 장두칠이 돌연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지성은 장두칠이 아직 살아있다며 사건 담당 검사 박희수(유지태)에게 그를 확실하게 잡자는 제안을 한다. 이에 박검사의 비공식 수사 루트인 사기꾼 3인방 고석동(배성우), 춘자(나나), 김 과장(안세하)가 합류해 장두칠의 심복 곽승건(박성웅)에게 접근하기 위한 판을 짠다.

극중 현빈은 변장과 속임수에 능하고 비상한 머리로 판을 계획하는 황지성 역을 맡았다. 상도덕 없는 사기꾼이 될지언정 실력으로 완벽하게 속이면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주의다. “두 번 속으면 속은 사람이 바보죠”라고 천연덕스럽게 말하는 지성은 자신감에 차있다. 그동안 본 적 없던 그의 얼굴. ‘꾼’에서는 한층 확장된 현빈의 매력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현빈은 지성의 능청스러움을 내려놓고 차분하고 조곤조곤하게 인터뷰에 응했다. 새삼 언제 카멜레온 같은 지성의 가면을 썼나 싶을 정도였다.

현빈은 이번 작품에 참여한 과정으로 “처음 제안 받았을 때는 비슷한 소재를(조희팔 사기 사건) 가지고 많은 제작사에서 영화를 만들고 있었다. 그래서 우려를 했던 부분이 있었다. 나중에 시나리오를 받아보고는 가고자 하는 방향이 달랐다는 것을 알았다. 반전이 주는 재미가 커서 작품을 선택했다. ‘공조’에서 (임)철령이가 절제된 캐릭터였다면 이번에는 유연함을 가지고 연기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배우 현빈 /사진=쇼박스


조희팔 사기 사건을 소재로 다룬 영화는 앞서 ‘마스터’와 ‘원라인’ 두 편이 나온 상태였다. 그 밖에도 수많은 범죄영화 속 사기꾼들과 차별점을 보여야 하는 숙제가 있었을 터. “굳이 참고한 작품은 없었다. 사기꾼은 다른 작품에서도 많이 있었는데 사기꾼이 사기꾼에게 사기를 치는 것은 좀 달라보였다. 여러 상황을 가지고 그 안에서 잘 넘어가려고 감독님과 얘기를 많이 했다.”

현빈은 극중 사기꾼을 속이는 사기꾼을 연기하기 위해 과감하게 외적인 변신도 시도했다. 특수분장으로 상상을 초월한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데, 이를 위한 준비 과정이 만만치는 않았다. “분장이 힘들었다. 3, 4번 테스트 과정을 거쳤고 매번 바꿨다. 다른 얼굴들로 해서 조합을 시켜봤고 어울리는 걸 찾으려 했다. 가장 중요했던 건, 분장을 2~3시간 하고서 주름이 어색해보이지 않게 연기해야 했다. 아무래도 얼굴을 덮은 분장 위로 표정이 보여야 했기 때문에 안에서 과장해서 연기했다. 매번 붙이고 떼는 방법도 달랐다. 분장한 상태로 밥 먹으러 나갔을 때는 못 알아보시더라. 식당까지 가는데 재미있었다.”

황지성 역할을 선택한 것은 현빈 스스로도 새로운 재미를 찾았기 때문이다. 작품 선택의 1순위 원칙이 ‘다름’이라는 현빈에게 ‘꾼’은 데뷔 이래로 가장 색다른 변신을 보여줄 수 있는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사기꾼 역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려고 한 적은 없다. 표정, 대사를 전달하는 방식에서 전작과 다른 점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지성이가 하는 대사들 중 어떤 대사는 정보전달이 목적이었고, 어떤 대사는 지나치는 것이 있었다. 연기하는 데 재미있었다.”

특히 현빈은 가장 많이 신경을 쓰려고 했던 신으로 “여러 명이 함께 작업하는 부분이었다. 지성이가 하는 일은 먹이를 던져주는 것이라 생각했다. 많이 튀지 않게 중심을 잘 잡는 걸 보여주려 했다. 다양한 배우와 함께할 때 생각지 못한 리액션을 하는 게 관건이었다. 배성우 씨가 특히 그런 걸 잘 해줬다”며 케이퍼 무비에서 단연 돋보여야 할 ‘합’을 강조했다.

‘꾼’은 현빈을 비롯해 유지태, 배성우, 박성웅, 나나, 안세하까지 화려한 멀티캐스팅으로 팀플레이를 펼친다. 이 가운데 현빈과 유지태의 결탁과 묘한 신경전이 눈길을 끈다. 두 배우의 케미를 보는 것이 영화의 큰 관전 포인트. “(유지태는)멋있는 배우인 것 같다. 연기에 대한 부분도, 영화에 대한 열정도 그렇고. 되게 자상하고 유순한 얼굴을 가지고 계신데 촬영 때 눈빛이 바뀌더라. 그 분 자체가 자극제였다. 영화, 연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너무 많은 걸 알고 계셔서 위축될 정도였다. 이 일을 사랑하는 정도가 강하셨는데 못 따라가겠더라.”

배우 현빈 /사진=쇼박스


멀티캐스팅의 장점으로 “되게 편하게 촬영을 했다. 연기하기 수월했던 것 같다”고 말한 현빈은 촬영장의 분위기로 “배성우 선배는 아는 게 되게 많다. 끊이지 않고 소재가 계속 입담을 통해 나와서 재미있었다. 나나 씨는 처음 작업을 같이 하는데 되게 노력파다. 준비를 많이 해오더라. 리허설을 하면서도 현장에서도 리액션을 잘 하고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것도 잘 하더라. ‘굿 와이프’ 때 같이 연기한 유지태 선배님이 계셔서 나나씨가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밝은 기운을 가지고 계셨다. 박성웅 형은 저와 잘 못 만나고 따로 촬영을 하는 상황이었지만, ‘역린’ 때에 이어 또 같이 해서 좋았다. 다들 형들이셔서 기운을 북 돋아주셨다”고 전했다.

‘꾼’은 ‘왕의 남자’ ‘라디오스타’ ‘즐거운 인생’ ‘님은 먼곳에’ ‘평양성’의 이준익 감독이 이끄는 연출부에 있던 장창원 감독의 입봉작이다. 현빈은 “시나리오를 직접 쓰신 게 장점이었다. 하고자하는 이야기와 방향에 대해 분명한 생각이 있으셨다. 배우들의 아이디어, 리허설 때 나오는 것을 많이 개방적으로 열어놓으셨다. 그러면서 생각을 밀어붙이신 것 같다. 입봉 감독님이란 걸 떠나서 본인이 쓴 걸 연출하신 게 배우로서도 수월하게 작업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신인 감독과의 작업이 걱정되진 않았는지 묻자 “걱정되지 않았다. 경험치에서 나오는 것도 있겠지만 새롭고 신선한 게 나올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꾼’ 다음에 찍은 ‘협상’도 이종석 감독님의 입봉작이시다. 두려움은 없다. 작품을 볼 때 시나리오를 중점적으로 보고 결정하기 때문이다”고 대답했다.

현빈은 올해 충무로에서 입지를 다지는 좋은 기회를 마련했다. 지난 1월 개봉한 ‘공조’가 78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끌어 모으며 흥행했기 때문. 한편으로는 ‘꾼’의 스크린 성적에 부담이 있을 수도 있겠다. “원래 나는 결과에 크게 연연하는 편이 아니다. 그래서 다행인 것 같다. 큰 사랑을 받아서 감사하다. ‘꾼’도 잘되면 당연히 좋은 거겠다. 지금은 개봉이 안 된 시점에서 기대가 많이 되는 편이다.”

현빈은 도전과 변화를 추구하는 배우일까. 특기의 장르를 고수하는 배우일까. “중간으로 하겠다.(웃음) 내가 표현 못할 것까지 억지로 해서 작품을 망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연기하는 것 같다. 앞으로도 그 선에서 강렬한 캐릭터를 찾고 싶다. 내가 얼마만큼 경험을 해봤냐가 연기하는 데 큰 차이점이 될 것 같다. 경험한 것을 표현하는 것과 안한 것을 연기하는 건 차이가 있겠다. 나이, 연륜, 경험치 등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나는 행복합니다’에서는 경험을 안 해본 인물을 연기했다. 그 때 배운 것도 컸지만 힘들기도 했다. 괜히 욕심을 부려서 도전했다가 거기서만 끝날 수도 있겠다.”

배우 현빈 /사진=쇼박스


2003년 KBS 드라마 ‘보디가드’로 데뷔한 현빈은 ‘논스톱 4’ ‘아일랜드’로 얼굴을 알리다가 ‘내 이름은 김삼순’으로 대한민국의 수많은 여심을 사로잡았다. 이후 ‘눈의 여왕’ ‘그들이 사는 세상’ ‘시크릿 가든’으로 대표작을 탄생시켰고, ‘하이드 지킬, 나’까지 안방극장을 찾았다. 영화로는 ‘돌려차기’ ‘키다리 아저씨’ ‘백만장자의 첫사랑’ ‘나는 행복합니다’ ‘만추’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역린’ ‘공조’까지 다양하게 선보였다. 이번에 ‘꾼’ 이후로도 ‘협상’ ‘창궐’이 내년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이 15년차 배우에게 지금의 현빈을 만든 것은 무엇인지 물었다. “많이 있다. 고등학교 때 접한 연극, 지금까지 일하면서 만난 사람들, 부모님 등 많다. 연기 시작은 고등학교 때 연극부를 들어가면서다. 대학 전공까지 하고 운이 좋게 직업까지 한 것 같고 지금까지 온 것 같다. 연극부는 중학교 때 아는 형도 있어서 선배들의 권유로 들어갔다. 학예회로 준비하면서 쾌감과 재미가 있었다. 그때까지 못 느껴본 무언가를 느낀 것 같다.”

“연기에 대한 건 늘 욕심을 부린다. 연기에 있어서 물고 늘어지는 부분은 있다. 고등학교 당시에 아버지와 딜을 한 게 있어서 열심히 연기하려 했다. 내가 연기하는 걸 아버지가 싫어하셨다. 아버지가 중앙대 연극영화과에 들어가면 아무 얘기도 안 하겠다고 하셔서 무조건 거길 들어가려고 했다. 뭔가 내가 해야 할 목적이 생기면 완벽하게 하려고 하는 편이다.”

인터뷰 내내 한결같이 차분하고 의연한 현빈을 보고 있자니 그 이면에 스트레스 받거나 화를 내는 모습을 상상하기 힘들었다. 배우 생활을 하면서 슬럼프가 없었냐는 질문에도 “큰 슬럼프는 없었던 것 같다. 나 혼자 힘든 부분이야 있었겠지만 연기에 크게 영향을 미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낙천적이면서 열정적인 그가 관객들로부터 듣고 싶은 평은 무엇일까. “‘재미있다’고 말씀해주시거나 캐릭터 이름으로 불러주실 때가 좋다. 캐릭터 이름으로 불리는 건 드라마의 영향이 훨씬 센 것 같다. 주원이, 삼식이를 아직도 불러주신다.(웃음)”

배우로서의 목표로 “꾸준히 1년에 한 두 작품씩 하기를 원한다. 지금도, 앞으로도 그렇게 하고 싶다”고 밝힌 현빈은 2017년의 자신을 이렇게 정리했다. “일꾼이었다.(웃음) 홍보하고 촬영하는 것의 반복이었다. 만족감도 있다. ‘공조’ 때 철령이를 통해 몸을 쓰는 걸 보여줬다면, 이번 ‘꾼’에서는 대사와 표정으로 보여준다. ‘협상’ ‘창궐’을 촬영할 때도 다른 걸 하면서 계속 아이디어나 노하우가 쌓인 것 같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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