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간 짐바브웨를 통치해 온 로버트 무가베(93) 대통령이 최후통첩 기한 내 사퇴의사를 밝히지 않자 집권당이 탄핵 절차에 돌입했다.
20일(현지시간) 현지언론과 주요 외신에 따르면 무가베 대통령은 이날 정오가 지난 시점에도 퇴진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짐바브웨 집권당인 ‘짐바브웨 아프리카 민족동맹 애국전선’(ZANU-PF)이 정오까지 퇴진하지 않을 시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한 최후통첩을 사실상 무시한 것이다.
이에 따라 집권당 주도의 탄핵 절차도 사실상 시작됐다. ZANU-PF은 최후통첩 시한이 지난 이날 오후 비상 회의를 열고 탄핵 절차에 관한 논의를 개시했다. 폴 망과나 ZANU-PF 부사무총장은 “21일 탄핵 절차를 밟기 시작해 22일 위원회를 구성할 것”이라며 “탄핵 절차는 이틀 정도 걸릴 수 있고 우리는 그를 몰아낼 수 있도록 투표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야당인 민주변화동맹(MDC)도 21일 대통령의 탄핵 추진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짐바브웨 참전용사협회 회장인 크리스 무츠방와 역시 수도 하라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가베를 겨냥해 “당신의 시간은 끝났다”며 “군은 뒤로 물러나 국민과 정치가 무가베를 몰아내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로부터 퇴진 압박을 받아 온 무가베 대통령은 그간 사퇴에 관한 입장 표명을 공개적으로 한 적이 없다. 전날 밤 국영 TV로 생중계된 대국민 연설에서도 “나에 대한 비판과 국민의 우려를 알고 있다”며 자신을 둘러싼 정치적 혼란에 대해서 인정하면서도 사임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으로부터 몇주 내로 전당대회가 열릴 예정으로 내가 그 대회를 주재할 것”이라며 즉각적으로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무가베 대통령을 탄핵하려면 짐바브웨 의회 상·하원에서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의회 양원의 다수당인 ZANU-PF는 에머슨 음난가그와 전 부통령 지지세력과 무가베 대통령의 부인 그레이스 여사를 지지하는 파벌 ‘G40’으로 나뉜 상태다. 짐바브웨 야당이 과거 무가베 대통령 탄핵을 추진했다가 실패한 적이 있으나 이번에는 집권당 내에서도 무가베에 반대하는 기류가 강해 탄핵이 이뤄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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